8월 필리핀서 불발된 회담 뉴욕 유엔총회 계기 성사될지 주목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다음 주 유엔 총회(뉴욕) 계기에 만나자고 제안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궁합'이 어떨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내주 미국을 찾는 리 외무상과의 만남을 제안한 시실을 지난 19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두 사람은 당초 지난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에 양자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의 선후를 둘러싼 북미간의 미묘한 기류 속에 정식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회담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된 만큼 이번에는 정식 양자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재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일"이라고 내다봤다.
2011년 말부터 2016년 5월 외무상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북핵 협상 수석대표를 맡은 리용호 외무상은 강석주(사망)-김계관(외무성 제1부상)으로 이어지는 북한 대미외교의 '간판'으로 평가된다.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대미 협상 전략에 관여했으며, 외무상이 되기 전부터 외무성 '실세'로 통하던 인물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전 주 영국 공사는 지난달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외무상이 되기 전부터 북미 협상의 모든 아이디어는 리용호에게서 나왔다"고 평가할 만큼 리 외무상은 전략가적 면모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폼페이오 장관이 군 출신의 강경 이미지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 더해 노련한 외교 전략가인 리 외무상과 또 하나의 대화 채널을 구축하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특히 6·12북미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가동된 폼페이오-김영철 채널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으로 새 국면이 조성된 때라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간의 회담이 성사되면 일회성 만남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더욱이 폼페이오 장관은 군 장성 출신인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협상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껴왔다는 후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리 외무상보다 직위도 높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복심으로서 지도자의 의중을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이지만 '선(先) 종전선언' 주장 등에서 좀처럼 외교적 협상의 여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완강함을 보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이 '입장변화가 없다면 올 필요가 없다'는 취지를 담아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폼페이오의 지난달 말 4차 방북 취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미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일단 이번 뉴욕에서의 북미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폼페이오-리용호 채널이 폼페이오-김영철 채널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할만한 단서는 현재로선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아직까지는 김영철이 맡아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분간 김영철 부위원장을 쓰면서 미국에 요구해온 종전선언을 받아낸다면 그후 본격적인 비핵화와 평화구축 협상이 진행되는 국면에서 김 위원장이 직업 외교관인 리 외무상을 폼페이오 장관 카운터파트로 투입할 가능성은 없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