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스코레이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첫 투자로 2년 만에 8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한편 기술력과 성장성을 두루 갖춘 탄탄한 중견·중소기업에 잇따라 투자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관리의 삼성' 노하우 접목… 첫 투자 2년 만에 80% 수익률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재무라인 출신인 안정호 대표(42·사진)가 이끄는 크레스코레이크는 2016년 인수한 치과용 엑스레이 및 CT 장비 업체 ‘레이’ 지분 일부를 자산운용사인 타임폴리오에 매각해 8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간 내부수익률(IRR)은 38%에 달한다. 구체적인 지분율과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레이는 2015년 초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에서 분사한 회사다. 해외 매출 비중이 85%에 달할 만큼 기술력을 갖췄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연세대 등 대형 치과병원들과 업무협력 관계를 맺고 각종 국책과제를 수행해왔다.

크레스코레이크는 2016년 이 회사 구주 일부를 인수했다. 안 대표는 “레이의 기술력과 의료장비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투자했다”며 “타임폴리오를 비롯한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레이에 대한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에 관심을 보여 투자 회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4월 발광다이오드(LED) 모듈·컨버터 및 조명기기 제조 회사인 이비테크 지분 80%를 인수했다. 잔여 지분 20%는 기존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이호 대표가 계속 보유하며 공동으로 회사 가치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비테크는 LED 전구의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발열로 전구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를 해결한 컨버터 원천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지난 4년간 50%가 넘는 연평균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크레스코레이크가 인수한 후 도매 채널에만 국한됐던 판매 채널을 건설회사 및 조달청 직납, 소매 채널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운영 효율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210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33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3억원에서 4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안 대표는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인 만큼 체계적인 영업 및 관리 시스템을 갖추면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호 대표는 “크레스코레이크가 인수한 후 회사 경영이 눈에 띄게 체계화되고 성장 속도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삼성그룹에서 관리통으로 경력을 쌓았다. 삼성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력 및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시스템을 갖추는 데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펀드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는 거래 구조를 짜는 데도 능통하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스턴)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으며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서 M&A 자문 업무를 경험했다. 그는 “현재 패션 업체 한 곳과 식재료 업체 한 곳에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