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아이언이 공이 떨어져야 할 타깃 방향이면 드라이버는 공이 출발해야 할 방향이다. 발끝 오르막에서는 평지처럼 똑같이 백스윙(왼쪽 사진)을 해야 한다. 오른쪽 사진은 타깃 방향으로 스윙하는 잘못된 모습. 훅이 더 심하게 난다. 포천=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바닥의 아이언이 공이 떨어져야 할 타깃 방향이면 드라이버는 공이 출발해야 할 방향이다. 발끝 오르막에서는 평지처럼 똑같이 백스윙(왼쪽 사진)을 해야 한다. 오른쪽 사진은 타깃 방향으로 스윙하는 잘못된 모습. 훅이 더 심하게 난다. 포천=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위험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위험이 닥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게 상지상책이라고 앞서 살아간 많은 사람은 말합니다.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겠죠. 해저드, 벙커, 오비(아웃오브바운즈) 말뚝이 도사린 골프 코스를 인생에 비유하는 것도 그래서인 듯합니다. 물론 삶에는 멀리건이 없다는 게 다르긴 하지만요.

골프장에 연습장 같은 평탄면은 없다

저는 해저드만큼이나 위험한 게 경사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이 구장 곳곳에 산탄(彈)처럼 퍼져 페어웨이를 지킬 확률이 20%도 채 안 되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거의 모든 샷이 이런 경사면 트러블샷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바닥이 평평한 실내연습장이나 스크린 골프에 익숙한 골퍼들이 실전에서 만신창이가 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경사면 샷 때문이죠. 그런데도 티샷할 때 거리 손해를 보고라도 평평한 면으로 공을 날리는데 신경 쓰는 아마추어를 저는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제 스승 피터 카스티스는 ‘경사와 친구가 돼라(Be a nice friend to the lie!)’고 늘 제게 말하곤 했습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경사를 이기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실전에 이 말을 적용하자면 이렇습니다. 어드레스를 기준으로 동서남북 어느 쪽이 경사면이든 체중은 ‘자신의 스윙 궤도와 셋업이 전후좌우로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양 발바닥에 분배돼야 합니다. 여기에 경사와 친해지라는 말을 보태면 결과적으로 대략 발끝 오르막은 발바닥 중앙보다는 앞발 쪽에, 발끝 내리막은 뒤꿈치 쪽에 체중이 좀 더 쏠립니다. 낮은 곳으로 당기는 중력을 거슬러 균형을 잡으려는 본능 때문입니다.
드라이버가 타깃 방향, 아이언이 스윙 방향이다. 오른쪽 사진처럼 몸통 뒤쪽으로 백스윙하면 공이 더 심한 푸시나 슬라이스가 난다. 왼쪽 사진처럼 평지스윙과 똑같이 백스윙해야 아이언 방향으로 공이 날아간 뒤 드라이버가 겨냥한 타깃 지점에 안착한다. 포천=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드라이버가 타깃 방향, 아이언이 스윙 방향이다. 오른쪽 사진처럼 몸통 뒤쪽으로 백스윙하면 공이 더 심한 푸시나 슬라이스가 난다. 왼쪽 사진처럼 평지스윙과 똑같이 백스윙해야 아이언 방향으로 공이 날아간 뒤 드라이버가 겨냥한 타깃 지점에 안착한다. 포천=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변수 작으면 위험도 작아

문제는 이런 일종의 ‘본능적 쏠림’ 상태에서 스윙을 하면 훅이나 슬라이스 외에 뒤땅(발끝 오르막), 토핑, 생크(이상 발끝 내리막)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백스윙이나 다운스윙 때 몸이 클럽의 회전력을 이기려다 균형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쏟아지거나(발끝 오르막) 뒤로 일어서는(발끝 내리막) 등 초기 셋업이 깨지는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공(짐볼) 위에 올라가 비틀거리며 중심 잡는 훈련을 하는 이유도 동작의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변수를 줄여야 위험 회피가 잘 된다는 겁니다. 이런저런 변화를 주는 일반적인 ‘경사면 전용 스윙’을 저는 하지 않습니다. 제가 늘 원칙으로 삼아온 ‘오(誤)조준+기본스윙’ 패키지를 제안합니다. 클럽페이스를 열거나 닫지도, 공을 좌우로 옮기지도, 스윙 궤도를 특별히 바꾸지도 않는 평지에서의 기본스윙 그대로입니다. 다만 경사면에서 공이 날아가는 특성이 지대가 낮은 방향(중력의 영향)으로 쏠린다는 걸 감안해 얼라인먼트(정렬)만 바꿉니다. 공이 휠 것에 대비해 미리 반대 쪽을 겨냥하는 ‘오조준’을 한다는 것이죠. 발끝 내리막인 경우는 왼쪽을, 발끝 오르막인 경우는 오른쪽을 향해 맞춰주는 겁니다.

그럼 얼마나 오조준을 하는 게 좋을까요. 이건 사람마다 달라 경험칙을 찾아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나름의 표준화를 해놓는 게 좋습니다. 예컨대 ‘아! 이 경사는 5단계 중 2단계쯤 되겠다’는 식으로 샷을 할 때마다 분류를 해두면 경사면마다 대략의 오조준 적정각이 마음에 그려질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스윙 궤도입니다. 타깃 방향이 아니라 발끝 정렬라인(공을 처음 날아가는 방향) 그대로를 지나는 평지 스윙궤도를 경사면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아마추어와 라운드해보면 정렬은 잘해 놓고도 타깃라인으로 비스듬히 스윙을 해 훅과 슬라이스가 더 심하게 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내리 석권한 브라이슨 디섐보가 자기만의 골프세계를 고집하면서도 주목받는 이유는 변수의 최소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용하는 아이언을 똑같은 길이로 자르고, 공을 똑같은 위치에 놓으며, 관절을 잘 사용하지 않는 간결한 스윙이 그렇습니다. 단순함, 골프의 가장 큰 위험회피 전략입니다.(하편에 계속)

박지은 < 골프칼럼니스트·前 LPGA투어 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