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제·염색약 파는 동성제약… 암 치료제 기대로 1년새 10배 '껑충'
지난 5년여간 4000원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 있던 동성제약 주가가 올 들어 580%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3일 상한가를 기록한 동성제약은 24일에도 5.48% 오른 3만3700원으로 마감,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항암치료 물질과 기술에 대해 진행 중이던 임상시험 결과가 곧 발표될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렸다.

◆8월 들어서만 주가 59% ↑

1957년 설립된 동성제약은 지사제 ‘정로환’과 염모제 ‘세븐에이트’ 등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매년 700억~800억원의 매출을 꾸준히 내왔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진 못했다.

주가가 들썩이기 시작한 건 올해 1월부터다. 이 회사가 최근 의료계가 주목하는 암 치료법인 광역학치료(PDT)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동향이 알려진 게 불씨가 됐다. 1월 말 1만3800원으로 한 달 사이 두 배 넘게 뛰었다. 8월 들어서는 59% 올랐다.

지사제·염색약 파는 동성제약… 암 치료제 기대로 1년새 10배 '껑충'
한국거래소가 지난 23일 ‘현저한 시황변동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자 동성제약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공시 규정상 공시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증권가와 제약업계에선 동성제약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췌장암과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연구자 임상 2상 시험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투자자를 끌어모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임상시험 결과 ‘장밋빛 전망’ 영향

동성제약은 2014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2세대 광과민제 ‘포토론’을 적용한 PDT에 대한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험을 해왔다. PDT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괴사시키는 치료법이다. 건강한 세포보다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쌓이는 광과민성 물질을 이용한다. 동성제약은 암치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 아래 해외 제약회사에서 포토론을 들여왔다.

제약업계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포토론을 이용한 임상 2상 결과를 담은 논문을 해외 유명 학술지에 보내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투자자들은 이를 포토존의 임상 2상 시험 결과가 좋고 3상 시험도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는 근거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논문을 해외 학술지에 투고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포토론의 효과가 인정받는다면 3상 시험을 진행하면서 조건부 판매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면서도 “최종 시판까지는 많은 단계가 남아 있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성제약은 ‘개미’들이 집중적으로 사고 있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동성제약을 87만4000여 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46만6000여 주, 기관투자가는 1800여 주 순매도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던 네이처셀이 조건부 허가를 받는 데 실패하자 하루 새 시가총액 1조원이 증발한 일이 불과 5개월 전의 일”이라며 “장밋빛 전망에 과도하게 베팅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