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9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
오는 11월9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
“지난 20년간 뮤지컬 라이온 킹은 각 국가 현지에서 팀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정도였습니다. 이번엔 브로드웨이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처음부터 오리지널 무대를 다른 국가에서도 공연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흥행 세계 1위 뮤지컬 ‘라이온 킹’이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원형 그대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이 공연의 인터내셔널 투어 팀을 이끄는 펠리페 감바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프로덕션 총괄이사는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인터뷰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감바 이사는 “마을 하나를 통째로 옮기는 것과 같은 엄청난 스케일의 작업”이라며 “브로드웨이와 동일한 수준의 무대를 그대로 재현해 한국 관객들과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 재현한 라이온 킹은 1997년 초연 이후 20년간 세계 100개 도시에서 9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수익은 81억달러(약 9조549억원)에 달한다.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여성으로는 최초로 토니어워즈 연출상을 거머쥔 인물이다. 이 밖에 70여 개의 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기념한 인터내셔널 투어의 일환이다. 오는 11월9일~12월25일 대구 계명아트센터, 내년 1월10일~3월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월 부산에 새로 생기는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가장 큰 성공 비결로 감바 이사는 ‘휴매니멀(human과 animal을 합친 말)’이란 새로운 접근을 꼽았다. “라이온 킹은 사자 ‘심바’의 여정을 그리고 있지만 결국 인간 이야기입니다. 동물만을 드러내기 위해 인간을 숨기지 않습니다. 배우가 직접 바퀴를 밀며 사바나 초원을 달리는 가젤을 표현하고, 배우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채 머리 위에 마스크를 씁니다.”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겨오면서 캐릭터에도 변화를 줬다. 공연이 시작되면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을 부르며 아기 심바의 탄생을 알리는 주술사인 라피키 역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다. 치유와 지혜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 역을 맡은 느세파 핏쟁은 인터뷰를 통해 “심바가 자신이 누군지 알아가는 과정을 옆에서 돕는 역할”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세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감바 이사는 “한국은 시장도 넓고 능력 있는 배우들이 존재하는 흥미로운 곳”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6년 일본 프로덕션이 라이온 킹 라이선스 공연을 한국에서 했을 당시 실패했는데,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였던 것 같다”며 “공격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이 새로운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한국 시장과 잘 맞아 성공적인 무대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