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 신규 메모리반도체 공장(M16) 설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5년 발표한 46조원 규모의 ‘미래비전 투자 계획’ 가운데 하나다. 2015년 완공된 이천 M14 공장과 현재 공사 중인 청주 M15 공장, 27일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천 M16 공장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공장별 투자 규모는 각각 15조원, 16조원, 15조원이다.
최태원의 과감한 '미래 투자'… 中과 반도체 기술격차 더 벌린다
◆‘일자리 창출’ 요청에 화답

이날 대규모 투자 발표로 SK하이닉스는 정부의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요청에 적극 화답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이천 새 반도체 공장에서 2026년까지 80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과 26조2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34만8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추산했다.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인력부터 장비를 생산하는 협력업체, 본격적인 제품 생산 및 판매에 필요한 인력·자금 등을 모두 합한 수치다.

SK하이닉스의 투자를 앞당기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도 적극적으로 규제 개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 M14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규제 완화에 7년 넘는 기간을 기다려야 했던 것과 대비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6일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면 애로사항이나 규제를 패키지로 푸는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이 같은 정부 방침에 호응해 새 공장 건설과 함께 용수 사용량 절감 등을 포함한 대규모 친환경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중국의 추격 뿌리친다

SK하이닉스가 선제적인 설비투자에 나선 이유는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정보기술(IT)업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데이터센터 증설 움직임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업체로 확산되면서 서버용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 등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게 SK하이닉스의 진단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품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부터 가동한 이천 M14 공장과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청주 M15 공장, 중국 우시 C2 공장 클린룸 확장 등을 통해 생산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공장만으로는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천 새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이 2025년까지 반도체산업에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뒤쫓아올 움직임을 보이자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확실하게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슈퍼 호황기’를 맞아 실탄을 두둑하게 확보한 점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4~6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10조3705억원), 영업이익(5조5739억원), 당기순이익(4조3285억원),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53.7%)이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이천 새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할 제품 종류와 규모는 향후 시장 상황과 회사의 기술 역량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청주 M15 공장에서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주로 생산할 예정인 만큼 M16 공장에서는 공급난으로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D램을 양산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국가 경제와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