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아토머스 대표가 심리상담 앱 '마인드카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가 심리상담 앱 '마인드카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정신적으로 '정상'은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한국은 '마음의 병'에 대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만연하다.

지난 1년간 470만 명이 정신질환을 앓았지만 정신과 상담을 받은 비율은 22%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이 아프지만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곳에서 편히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앱(응용프로그램)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아토머스'의 김규태 대표(사진)를 만났다.

2015년 창업한 김 대표는 미국 UCLA에서 국제학을 공부했다. 유학 시절 우연히 정신질환을 사회 문제로 접근하는 과제를 하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2014년 대학을 졸업한 뒤 귀국해 창업을 추진했다.

김 대표는 한국인이 심리적으로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선진국은 사람들이 전문 상담사를 거리낌 없이 찾는 등 스스로 심리 상태를 관리하는 문화가 성숙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정신과 내원이나 상담을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어 개인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10명 중 4명이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한국은 2명이 채 안 된다.

사람들의 선입견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봤다. 고심 끝에 2016년 1월 내놓은 것이 모바일 익명 심리 상담 앱 '마인드카페'다. 그는 "대면 상담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을 위해 시공간 제약이 없고 익명이 보장되면서도 전문 상담가한테 고민을 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40만 명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숨어 있는 심리 상담에 대한 요구가 그만큼 컸다고 볼 수도 있다.

마인드카페는 5단계의 심리 상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우선 아토머스가 자체 제작한 심리 검사를 통해 회원의 현재 상태를 분석한다. 분석 결과에 따라 비슷한 사연, 유용한 심리 콘텐츠를 추천한다. 회원은 익명으로 손쉽게 자기 고민을 앱에 작성할 수 있다. 하루에 5000건 이상 올라온다. 이 가운데 '엔젤'이라 불리는 전문 상담사가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연 대여섯 건을 골라 무료 공개 상담을 진행한다.

김 대표는 "상담이 이뤄진 회원의 글에 공감하는 다른 회원들이 격려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며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지지할 수 있도록 '팔로우' 기능을 추가하고 고민 유형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유료로 전문 상담사로부터 1대1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은 글로 상담이 진행되지만 추후 음성, 영상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전문 상담사는 상담 관련 학과에서 석사 이상 수료자, 상담 전문 자격증 취득자, 3년 이상 상담 활동 경력자 중에서 회사 소속 정신과 전문의가 직접 뽑는다. 그는 "상담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상담 인력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상담한 내용을 정량화해 '분석 노트'를 제공한다. 심리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표로 시각화한다. 아토머스는 이렇게 정량화한 상담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피상담자의 심리 상태를 즉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김 대표의 설명을 듣던 중 의문이 생겼다. 원격 상담은 대면 상담보다 환자의 심리 상태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을까. 상담자와 피상담자 간의 친밀한 관계와 사려 깊은 공감은 직접 만나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는 "원격의료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원격의료가 두 영역에서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나가 만성질환이고 나머지 하나가 정신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면 상담과 원격 상담은 역할이 서로 다르다"며 "원격 상담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마음을 객관화한다"고 덧붙였다.

아토머스는 오는 11월 PC용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네이버와 협력하고 있다. 다양한 기관과 공동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 천재교육, 서울시 등과 각각 임직원, 학생·학부모, 공무원을 위한 심리 상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투자도 활발히 유치하고 있다. 서울산업진흥원, 한국벤처투자, 포스코, 네이버 등으로부터 15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최근 팁스(TIPS)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아토머스의 목표는 마인드카페를 정신과나 대면 상담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통로로 만드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의사들은 상담 관련 수가가 묶여 있어 상담을 5~10분밖에 안 한다"며 "상담자가 마인드카페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내담자를 만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상담 예약 서비스, 심리 분석 알고리즘 등이 마인드카페에 탑재되면 심리 상담은 더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마인드카페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솔직하게 속사정을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단순히 사업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듯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에 임하는 그의 진지한 자세를 보며 마인드카페가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믿을 만한 안식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