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아이디어 목마를 때… 집중하지 마라, 딴짓하라

공병호의 파워독서

꾸물거리며 집중하지 않는 행동은
뇌를 준비·충전·휴식 시키는 과정

산만한 '비집중 회로'는 뇌의 다리 역할
연상·독창성 발달시키고 즉흥성 증진

10분간 낮잠은 두뇌 청소 작업
가끔 방랑·공상하며 딴길로 새라
집중은 딴짓과 결합해야 시너지 효과

멍 때리기의 기적
스리니 필레이 / 김영사

“두뇌 활용법에 관한 하버드대 정신과 교수의 조언.”

스리니 필레이의 《멍 때리기의 기적》(김영사)은 제목 때문에 다소 가벼운 책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지만 사실 최신 연구 결과를 총망라한 귀한 서적이다. 한 인간이 가진 집중력은 최고의 능력으로 통하는 반면에 주의 산만, 꾸물거리기, 만지작거리기 등과 같은 비집중력은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비집중력의 가치를 조명함으로써 집중과 비집중력 과정을 능동적으로 통제하거나 최소한 조종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누군가 집중과 비집중 사이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와 위험을 관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삶을 이해하는 데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창의성을 크게 발휘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독자들은 비집중이 갖고 있는 가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두뇌 활용법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모두 6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기존의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두고 비집중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비집중은 어떤 것인가. 비집중은 뇌를 준비하고 충전하고 조정해서 필요할 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머리를 휴식시키는 과정이다. 비집중에 미치는 가장 일관성 있고 심오한 영향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의 활동 증가다. DMN은 사람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활발히 기능하지만, 집중해서 일하는 동안에는 대부분 비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통틀어 가리킨다. 따라서 뇌에서 DMN이 연결되는 질과 정도를 이해하면 집중과 비집중이 통합해 작용하는 원리를 더욱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두뇌의 비집중 회로가 정신을 집중하게 만드는 데 능동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거의 스펀지처럼 주의 산만을 흡수해 단기 임무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성과를 올리거나 창의적인 문제 해결책에 목말라 하는 사람이라면 비집중회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지식을 쌓고 훈련을 통해서 이를 단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집중 회로는 뇌의 방대한 영역에서 다리 역할을 해서 특유한 연상과 독창성을 발달시키고 즉흥성을 증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가끔 또는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는데 낮잠은 우뇌의 활동을 증가시켜 깨어났을 때 창의성을 불러일으키는 뇌 청소작업에 해당한다. 연구 결과는 10분이 최적의 낮잠 시간임을 말해준다. 우리는 흔히 딴짓하지 말고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즐겨 사용한다. 그러나 저자는 집중은 딴짓하기와 결합될 때 대단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대표적 인물로 꼽는다.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직장인들에게 저자는 열심히 집중해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 못지않게 마음 방랑과 공상하기처럼 딴 길로 잠시 동안 새는 비집중이 가진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작가의 유려한 필력 때문에 휴가지에서 함께 보낼 수 있는 독서목록에 포함시키고 싶다.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