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성에 눈뜬 고대 그리스, 神을 넘어 현실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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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알라
고대인이 세상을 인식하는 원리는 현대인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거나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가령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6세기까지 고대 그리스인은 신과 영웅을 통해 삶을 이해했다. 인간에 대한 직접적 사유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같은 문학 작품을 보고 등장인물과 내용을 현실과 동일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대 사회에 어느 순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로고스’, 즉 ‘이성’의 출현 때문이었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로고스의 출현과 함께 신화적 사고에 합리성이 추가되고, 믿음에 앎이 더해졌다. 의미 부여에 구체적인 설명도 입혀졌다. 2500여 년의 기나긴 역사를 지닌 서양 철학이 이때 태동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고대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신과 영웅의 관심사가 아니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제 늪지에서 물을 빼내고 수로를 설치하는 방법을 알게 됐으며, 상업을 체계화하고 도시의 빈곤을 퇴치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세상을 알라》는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바라봤는지에 대해 오랜 서양 철학사의 흐름과 함께 살펴본다. 저자는 독일 뤼네부르크대 철학과 초빙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다.
이 책은 세 권짜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고대와 중세 철학을 다뤘다. 저자는 자신의 저서를 ‘철학하는 철학사’ 시리즈로 규정한다. 어려운 철학 용어를 자세하게 설명한 사전도 아니고, 위대한 철학자의 역사를 단순하게 나열한 서적도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철학적 사유는 치열하게 토론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특히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의 삶도 이를 반영해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고대 아테네 태생의 플라톤은 국가를 다스리는 것은 ‘철학자’들의 몫이라고 믿었다. 그가 굳이 철학자를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테네는 경제적으로 가장 번성한 폴리스가 됐고, 민주정이라는 체계 위에 정치 또한 안정화돼 있었다. 하지만 플라톤이 바라보는 그의 고향은 전혀 달랐다. 오히려 그곳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곳, 근본적인 개조가 필요한 곳이라 생각했다. 아테네의 화폐 경제가 부패를 가져왔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전통적 귀족 윤리를 사회개혁의 구원책으로 보고 철학자들이 이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방식으로 2500여 년의 서양 철학사를 훑으며 저자는 강조한다. “철학은 삶과 공동생활에서의 의심스런 전제와 주장에 대해 우리의 머리를 깨운다. 인간의 유한한 시간을 좀 더 생동감 있게 체험하려는 희망 속에서 우리의 사고 기관을 날카롭게 벼리는 것이다.”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680쪽, 2만5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그런데 이런 고대 사회에 어느 순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로고스’, 즉 ‘이성’의 출현 때문이었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로고스의 출현과 함께 신화적 사고에 합리성이 추가되고, 믿음에 앎이 더해졌다. 의미 부여에 구체적인 설명도 입혀졌다. 2500여 년의 기나긴 역사를 지닌 서양 철학이 이때 태동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고대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신과 영웅의 관심사가 아니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제 늪지에서 물을 빼내고 수로를 설치하는 방법을 알게 됐으며, 상업을 체계화하고 도시의 빈곤을 퇴치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세상을 알라》는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바라봤는지에 대해 오랜 서양 철학사의 흐름과 함께 살펴본다. 저자는 독일 뤼네부르크대 철학과 초빙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다.
이 책은 세 권짜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고대와 중세 철학을 다뤘다. 저자는 자신의 저서를 ‘철학하는 철학사’ 시리즈로 규정한다. 어려운 철학 용어를 자세하게 설명한 사전도 아니고, 위대한 철학자의 역사를 단순하게 나열한 서적도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철학적 사유는 치열하게 토론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특히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의 삶도 이를 반영해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고대 아테네 태생의 플라톤은 국가를 다스리는 것은 ‘철학자’들의 몫이라고 믿었다. 그가 굳이 철학자를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테네는 경제적으로 가장 번성한 폴리스가 됐고, 민주정이라는 체계 위에 정치 또한 안정화돼 있었다. 하지만 플라톤이 바라보는 그의 고향은 전혀 달랐다. 오히려 그곳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곳, 근본적인 개조가 필요한 곳이라 생각했다. 아테네의 화폐 경제가 부패를 가져왔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전통적 귀족 윤리를 사회개혁의 구원책으로 보고 철학자들이 이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방식으로 2500여 년의 서양 철학사를 훑으며 저자는 강조한다. “철학은 삶과 공동생활에서의 의심스런 전제와 주장에 대해 우리의 머리를 깨운다. 인간의 유한한 시간을 좀 더 생동감 있게 체험하려는 희망 속에서 우리의 사고 기관을 날카롭게 벼리는 것이다.”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680쪽, 2만5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