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강국 미국에서도 ‘과학자’ 하면 흔히 남성을 떠올린다. 과학자는 남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1960년대부터 그림을 통해 과학자가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 조사하는 ‘드로 어 사이언티스트(과학자 그리기)’ 연구를 분석한 결과 미국의 어린이들이 이전보다는 훨씬 자주 여성 과학자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아동발달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에서 이뤄진 ‘과학자 그리기’ 연구 78개를 아우른 것이다.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약 2만 명이 그린 그림이 분석 대상이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1966~1977년 이뤄진 주요 연구에서는 5000명에 가까운 어린이 중 1%도 안 되는 아이들만이 여성 과학자를 그렸다. 실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그림에서 과학자를 실험복을 입고 안경을 쓴 채 실험실 장비 주변에 서 있는 남성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1985~2016년 진행된 연구에서는 그보다 많은 28% 어린이들이 과학자를 여성으로 그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학생과 여학생들은 여성 과학자를 더 많이 그렸다. 특히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과학자를 여성으로 그린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직까지도 과학자를 그리라고 하면 여성보다는 남성을 더 많이 그린다. 연구진은 “이는 과학 각 영역에서여성이 소수인 분야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어린이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성 과학자가 늘어난 것은 과학과 남성을 동등시하는 연결 고리가 약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과학계에 여성 진출이 늘고 어린이가 보는 TV와 잡지 등 미디어에서 여성 과학자가 이전보다 많이 등장한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데이비드 밀러 노스웨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정관념이 사라지면서 여학생들은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과학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