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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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대구경북지역본부 직원과 조류퇴치 전문가 등 100여명은 요즘 매일같이 관내를 돌며 전신주를 점검한다.

까치 산란기인 3, 4월에는 전신주에 지어놓은 둥지를 없애는 게 일과다.

많을 땐 하루 100개 가까운 둥지를 철거하기도 한다.

지난해 1만3천여개를 없앴다.

둥지 1개를 철거하는 데 약 30분이 걸린다.

까치는 주로 나뭇가지를 물어 와 둥지를 만들지만 공사장 등에 있는 철사, 옷걸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철사 등 쇠붙이가 전신주와 전선 연결부에 닿으면 쉽게 정전이 일어난다.

전신주와 연결부에는 피복이 없어 이 부분을 건드리면 전기가 끊긴다.

한전 직원들은 애써 까치집을 철거한 곳에 다음 날 새 둥지가 들어선 것을 보면 허탈하다고 한다.

까치는 알을 낳기 위해 하루 이틀 만에 둥지를 뚝딱 지을 수 있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금으로선 뾰족한 묘책이 없다고 한 직원은 털어놨다.

한전은 최근 까치와 공존을 위해 이른바 '공존공법'으로 불리는 LHC(Lenghth.Height.Cover) 시공법을 도입했다.

전신주와 전선 연결 부위에 커버를 씌우거나 새 둥지와 겹치지 않게 전기 설비를 한다.

지난해 대구·경북 전신주 56곳에 이 공법을 적용했다.

이런 노력에도 조류에 의한 정전 건수는 눈에 띄게 줄지 않아 한전 측을 고민스럽게 한다.

한전 대구경북지역본부 관내에서 2015년 59건, 2016년 48건, 2017년 48건 등 다소 감소하는 추세지만 꾸준한 편이다.

2015년 1천644마리, 2016년 1천459마리, 2017년 1천523 마리 등 해마다 1천500마리 안팎을 포획한다.

80∼90%가 까치이고 나머지는 까마귀 정도다.

까마귀는 정전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둥지를 짓지 않는다고 한다.

한전 관계자는 "조류 정전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안을 찾고 있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요즘 같은 까치 산란기에 조류 구제에 힘쓰면 그만큼 정전 피해가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