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라운드' 프로그램 운영
2000억 규모 투자 유치 목표
홈화면 꾸미기, 기념일 설정 등 커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응용프로그램) ‘비트윈’ 개발회사 브이씨엔씨는 2016년 초 해외에 진출하는 데 투자 유치가 필요했다. 마침 브이씨엔씨 주주였던 캡스톤파트너스는 산업은행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유치 데모데이 행사인 ‘KDB넥스트라운드’의 파트너사였다. 데모데이는 벤처투자자가 모인 자리에서 스타트업이 투자유치 목적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행사다.

산업은행은 신설한 혁신성장금융본부를 통해 올해부터 넥스트라운드사업을 강화해 한국형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발굴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초기 투자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기업이 주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제 설립 초기는 물론이고 이미 투자를 유치해 성장한 벤처기업도 넥스트라운드에 참가할 수 있다. 또 기업 외 대학, 연구소, 대기업 스핀오프 기업 등이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산업은행은 사모펀드(PEF) 참여를 유도해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행사 자체도 주 2회에서 3회로 늘려 연간 300개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산업은행의 직접 투자를 포함해 2000억원 규모 스타트업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이달 안에 열릴 새로운 넥스트라운드의 첫 무대에는 공유 제조공장 운영을 추진 중인 엔피프틴(N15)과 무선인터넷 기반 차량(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오비고(OBIGO)가 새로운 넥스트라운드의 첫 번째 무대에 선다. 국내 유명 VC 대표와 기업벤처캐피털(CVC) 관계자 등이 참석해 이 스타트업의 사업 계획을 듣고 질의응답을 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2016년 8월부터 넥스트데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데모데이는 많이 열리는 편이지만 ‘대표 브랜드’가 없어 참여하는 벤처투자자가 적다는 지적이 많았다. 넥스트라운드는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행사여서 호평을 받았다. 국내 VC 심사역 1000명 중 70%가량이 넥스트라운드 기업 정보를 받아볼 정도다.
지난해 말까지 넥스트라운드에 오른 스타트업은 총 372개로, 이들은 산업은행의 직접투자 350억원을 포함해 총 2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넥스트라운드에 참여하는 투자업체도 2016년 말 128개에서 지난해 말에는 202개로 늘었다. 2016년 9월 넥스트라운드에 오른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 원투씨엠은 SK텔레콤에서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모바일 도장(圖章)을 개발한 이 회사는 SK텔레콤과 제휴를 맺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