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감독이 '박쥐'(2009) 이후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연출한 이 영화는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했다.
사건들은 귀족 가문 출신 히데코(김민희 분)의 상속재산을 매개로 벌어진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 고우즈키(조진웅)의 보호 아래 사는 히데코에게 백작(하정우)이 접근한다.
백작은 소매치기로 자란 숙희(김태리)를 히데코의 저택에 하녀로 투입해 재산을 가로챌 계획을 세운다.
숙희를 이용해 히데코를 유혹하고 결혼한 뒤 그를 정신병원에 가둔다는 게 백작의 계략이다.
그러나 막상 히데코의 시중을 들며 살게 된 숙희가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백작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백작의 음모와 숙희의 내적 갈등이 전반부를 이끈다.
영화는 반전을 거친 뒤 히데코의 시선에서 사건을 다시 본다.
식민지 모순과 계급제도, 정신병원이 공존하는 근대화 시기의 풍경을 펼쳐 보이기 위한 설정이다.
히데코와 이모부의 대저택은 이런 이질적 요소들을 집약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박 감독은 일본 구와나시에서 일본 전통과 유럽 양식이 섞인 건물을 발견하고 영화의 주무대로 삼았다.
대저택 내부를 묘사하는 유려한 미장센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2016년 칸영화제에서 미술·음향·촬영 등 부문에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에 주는 '벌칸상'을 수상했다.
미국 LA비평가협회(LAFCA) 역시 외국어영화상과 함께 미술상을 줬다.
'아가씨'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파격적 동성애 묘사로도 화제를 모았다.
정사 신보다 숙희가 히데코의 입 안에 손을 넣어 튀어나온 이를 골무로 갈아주는 장면이 관능적 묘사의 백미로 꼽힌다.
박 감독은 CNN과 인터뷰에서 "특별히 금기에 맞섰거나 이 영화로 장벽을 깨트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 영화 뒤에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6월 국내 개봉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428만명을 동원했다.
영화는 같은해 5월 칸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하기 전 이미 120개국에 선판매됐다.
원작 소설이 탄생한 영국에서는 지난해 4월 개봉해 135만 파운드(한화 약 2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역대 영국에서 선보인 한국영화 중 최고 성적이고, 영국 내 외국어영화 중에선 2011년 '언터쳐블: 1%의 우정'(프랑스) 이후 가장 좋은 흥행기록이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권 영화로는 장이머우(張藝謀)의 '홍등', 천카이거(陳凱歌)의 '패왕별희', 리안(李安) 감독의 '와호장룡' 등 중화권 감독의 작품들이 수상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