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바라만 봐도 힐링… '겨울왕국' 알래스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고아라 여행작가의 좌충우돌 미국 여행기
(11) 알래스카 앵커리지
미지와 문명이 교차하는 땅 알래스카 앵커리지
雪雪 기어도… 여기선 행복해 !
앵커리지 곳곳에 청정공원
크로스컨트리·개썰매 체험
전세계 '스키어들의 천국'
알리에스카 리조트
다양한 트레킹 코스 자랑
美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수어드 하이웨이' 200km
모든 구간이 눈부신 절경
순록 핫도그·야크고기 버거
수준급의 크래프트 맥주
여행자 유혹하는 먹거리 풍부
(11) 알래스카 앵커리지
미지와 문명이 교차하는 땅 알래스카 앵커리지
雪雪 기어도… 여기선 행복해 !
앵커리지 곳곳에 청정공원
크로스컨트리·개썰매 체험
전세계 '스키어들의 천국'
알리에스카 리조트
다양한 트레킹 코스 자랑
美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수어드 하이웨이' 200km
모든 구간이 눈부신 절경
순록 핫도그·야크고기 버거
수준급의 크래프트 맥주
여행자 유혹하는 먹거리 풍부
푸르게 빛나는 빙하, 까만 밤을 밝히는 오로라, 툰드라를 달리는 카리부(순록) 떼,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디날리 봉. 지구상에 인간의 손이 닿지 못할 곳은 없다지만 알래스카 하면 머릿속에는 언제나 미지의 풍경이 그려진다. 겨울의 알래스카는 혹독하지만 아름답다.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은 고요하지만 강인한 손짓으로 가장 알래스카다운 풍경을 전한다. 대자연과 현대문명이 공존하는 앵커리지(Anchorage)는 알래스카 여행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알래스카 최대 규모의 박물관에서 이 땅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턴 어게인 암(Turnagain Arm)을 따라 달리며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고, 설원을 거니는 야생동물들과 조우한다. 어디 그뿐인가. 알래스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선하고 특별한 음식의 향연과 달콤 쌉싸름한 수제 맥주 한 모금까지. 앵커리지에서 그동안 상상해온, 그리고 미처 상상하지 못한 알래스카의 모습을 만나고 왔다.
알래스카의 유구한 역사가 한눈에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떠난 비행기는 이른 새벽이 돼서야 앵커리지 공항에 도착했다. 한산한 터미널 한쪽에 늠름하게 서 있는 그리즐리(곰) 인형과 북쪽의 끝인 극북(極北)의 외딴 마을로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은 경비행기 모형만이 알래스카를 찾아온 낯선 여행객을 반겼다. 얼음이 서린 도로를 느리게 달려 앵커리지 시내로 진입했다. 설국의 거리에는 아기자기한 주택과 적당한 높이의 현대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로는 멈춰버린 바다와 안개에 휩싸인 산맥이 신기루처럼 아른거렸다. 앵커리지는 알래스카 남부, 추가치 산맥(Chugach Mountains)과 쿡 만(Cook Inlet)이 접한 곳에 있다. 주도는 아니지만 알래스카의 경제, 문화, 관광, 교통을 움직이는 중심지이자 알래스카 인구의 40%가 거주하는 최대 도시다. 앵커리지의 역사는 여타 도시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영국 탐험가인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이 앵커리지 지역에 닻을 내린 것은 1779년이지만 도시의 모습을 갖춘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인 1914년, 페어뱅크스(Fairbanks)와 수어드(Seward)를 잇는 철도 건설의 본부지 역할을 담당하면서부터다. 앵커리지 면적은 5083㎢로 서울의 8배가 넘는다. 주변 명소를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수지만 도심의 볼거리들은 대부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바둑판 눈금 모양으로 잘 정비된 거리 덕에 길을 헤맬 염려도 없다.
앵커리지 박물관으로 향했다. 깔끔한 외관이 인상적인 이 박물관은 1968년 알래스카가 미국령이 된 지 100주년을 기념해 지었다고 한다. 주내 최대 규모의 박물관으로 알래스카의 역사와 예술, 생태계 등에 관한 정보를 2만7000개 이상의 방대한 유물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앵커리지 박물관은 미술관과 과학센터, 단기 전시관 등을 포함해 총 3층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곳은 2층에 마련된 알래스카 역사 전시관이다. 알래스카 땅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다양한 원주민 부족들의 생활상과 시대에 따른 변천사를 심도 있게 전달한다.
알래스카에 유럽인들이 발을 디딘 것은 약 300년 전이지만, 빙하기 때 베링기아를 거쳐 이 땅에 정착한 원주민의 역사는 약 2만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유전과 금광을 찾아 백인들이 몰려오면서 알래스카는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 땅을 지켜온 사람들은 까마득히 잊혀졌다. 220여 개가 넘는 원주민 부족은 현재 알래스카 인구의 고작 15%만을 차지할 뿐이다. 그나마도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이누이트(Innuit)나 유피크(Yup’ik) 같은 부족은 극북의 땅에 흩어져 살아간다.
알래스카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원주민들이 일궈온 오랜 역사와 문화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극한의 동토에서도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한 그들이야말로 알래스카의 진짜 얼굴이니 말이다.
도심에서 만나는 청정자연
앵커리지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시와 자연의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도심 곳곳에는 녹음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이 넘쳐나고,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트레일이 다양하게 조성돼 있다. 앵커리지 공항 근처에 있는 킨케이드 시립 공원(Kincaid Municipal Park)은 지역 주민들이 유독 사랑하는 장소다. 여름철에는 청명한 숲속에서 조깅과 사이클링, 축구, 피크닉을 즐길 수 있고 겨울철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Cross-country Ski)와 스노 슈잉(Snow Shoeing), 썰매와 같은 겨울 액티비티 천국으로 변신한다. 킨케이드 해변(Kincaid Beach)은 공원의 숨겨진 보석이다. 앵커리지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모래 해변으로 마치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를 섞어 놓은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킨케이드 시립공원에서 앵커리지 다운타운까지 약 18㎞의 거리를 잇는 토니 놀스 코스털 트레일(Tony Knowles Coastal Trail)도 꼭 걸어봐야 한다. 쿡 만을 따라 형성된 아름다운 해안가 풍경과 함께 무스나 사슴 같은 야생동물과 마주치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다운타운 서쪽 끝자락에는 레졸루션 공원(Resolution)이 있다. 캡틴 쿡의 알래스카 항해를 기념해 만든 공원으로 날씨가 좋을 때는 디날리 산(Mt Denali)과 슬리핑 레이디(Sleeping Lady)라는 별칭을 지닌 수시트나 산(Mt Susitna)까지 조망할 수 있는 도심 최고의 전망대다.
수어드 하이웨이 따라 만나는 알래스카 최고의 비경
앵커리지와 알래스카 남단의 항구도시 수어드를 잇는 수어드 하이웨이(Seward Highway)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관광도로 중 하나다. 턴 어게인 암(Turnagain Arm), 추가치 국유림(Chugachi National Forest), 케나이 반도(Kenai Peninsula)의 수려한 풍경이 200㎞가량 이어진다. 모든 구간이 절경이지만 앵커리지에서 포티지 빙하(Portage Glacier)를 잇는 구간이 특히 아름답고 볼거리도 많다. 도심을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로 옆으로 얼음조각이 떠다니는 수로와 추가치 산맥의 장엄한 모습이 펼쳐진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순수하고 청명한 세상에 사로잡혀 차를 멈추고 싶은 욕구가 끝없이 올라온다. 다행히 도로 곳곳에 뷰 포인트가 마련돼 있다. 그중 벨루가 포인트(Beluga Point)는 턴 어게인 암의 파노라마 전경과 조수 해일 현상, 바다를 헤엄치는 하얀 벨루가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꼭 들러봐야 한다.
수어드 하이웨이 구간에는 거드우드(Girdwood)란 마을이 나타난다. 본래 작고 조용한 광산 마을이었으나 알래스카주 최대 규모의 알파인 스키장 알리에스카 리조트(Alyeska Resort)가 생긴 이후 앵커리지 대표 관광지로 떠올랐다. 굳이 스키를 타거나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는 많다. 위너 크릭 트레일(Winner Creek Trail)을 비롯한 다양한 트레킹, 하이킹 코스가 알리에스카 산 깊숙한 곳까지 퍼져 있다. 빙하 위를 날아다니는 경비행기, 헬기 투어나 오랜 전통을 지닌 개썰매 체험도 특별하다. 뭐니 뭐니 해도 하이라이트는 알리에스카 리조트 전망대다. 트램을 타고 해발고도 약 700m의 전망대에 도착하면 숨이 멎을 것 같이 아름다운 턴어게인 암과 현수빙하, 끝없이 이어지는 산맥의 전경이 코앞에 나타난다.
거드우드에서 수어드 하이웨이를 따라 조금 더 달리면 알래스카 야생 보호센터(Alaska Wildlife Conservation Center)가 나온다. 일반인에게도 공개하고 있어 알래스카를 고향으로 삼고 살아가는 다양한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렌터카 혹은 센터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관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구를 지나자 한때 멸종 위기에 몰렸던 바이슨(Bison)이 꼬리를 펄럭이며 설원 위에 서 있다. 겨울이라 곰들은 동면에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운 좋게도 두 마리 불곰 형제가 깨어 있었다. 꽁꽁 언 생선을 입에 문 채 눈밭을 마구 굴러다니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순록 핫도그에서 크래프트 맥주까지
청정자연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맛있는 음식이 따른다. 앵커리지는 알래스카 최고의 미식도시다. 주내 최대도시답게 길거리 음식부터 카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까지 옵션도 다양하다. 알래스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연어지만 북태평양 대형 넙치, 할리벗(Halibut)과 볼락(Rock Fish), 킹크랩과 조개도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식재료다. 대부분 레스토랑이 체인이 아닌 로컬들에 의해 운영되는 개인 식당이기 때문에 재료는 같더라도 레시피는 천차만별이다. 알래스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순록(Reindeer) 핫도그나 연어 핫도그, 야크(Yak) 고기로 만든 버거도 별미다. 순록 핫도그는 앵커리지 시내 공원 근처에 있는 벤더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야생 베리와 자작나무 시럽을 이용해 만든 파이나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알래스카는 수준급의 크래프트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총 25개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중 절반이 앵커리지를 포함한 중남부 지역에 모여 있다. 다운타운에 있는 한 브루어리를 찾았다. 허브 버터를 가미한 알래스카 자연산 홍연어구이와 향긋한 엠버(Amber), 그리고 풍미 좋은 스타우트(Stout)를 주문했다. 빙하처럼 차가운 맥주 한 모금에 앵커리지의 겨울밤이 깊게 익었다.
앵커리지=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여행 정보
인천과 앵커리지를 잇는 직항은 여름철에만 운항한다. 보통은 시애틀을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약 16시간 걸린다.
▶앵커리지 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기준 15달러. 동절기 기준 운영시간은 평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일요일 낮 12시~오후 6시이며 월요일은 휴무다.
▶알래스카 야생 보호센터: 입장료는 성인 기준 15달러. 동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까지 운영한다. 개인 가이드가 동반하는 유료 투어부터 무료 투어까지 다양한 투어가 마련돼 있다. 주변에 포티지(Portage)호수와 빙하가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다.
▶알리에스카 리조트 트램: 성인 왕복 29달러이며 운영시간은 동절기 평일 기준 오전 9시30분~오후 5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떠난 비행기는 이른 새벽이 돼서야 앵커리지 공항에 도착했다. 한산한 터미널 한쪽에 늠름하게 서 있는 그리즐리(곰) 인형과 북쪽의 끝인 극북(極北)의 외딴 마을로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은 경비행기 모형만이 알래스카를 찾아온 낯선 여행객을 반겼다. 얼음이 서린 도로를 느리게 달려 앵커리지 시내로 진입했다. 설국의 거리에는 아기자기한 주택과 적당한 높이의 현대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로는 멈춰버린 바다와 안개에 휩싸인 산맥이 신기루처럼 아른거렸다. 앵커리지는 알래스카 남부, 추가치 산맥(Chugach Mountains)과 쿡 만(Cook Inlet)이 접한 곳에 있다. 주도는 아니지만 알래스카의 경제, 문화, 관광, 교통을 움직이는 중심지이자 알래스카 인구의 40%가 거주하는 최대 도시다. 앵커리지의 역사는 여타 도시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영국 탐험가인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이 앵커리지 지역에 닻을 내린 것은 1779년이지만 도시의 모습을 갖춘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인 1914년, 페어뱅크스(Fairbanks)와 수어드(Seward)를 잇는 철도 건설의 본부지 역할을 담당하면서부터다. 앵커리지 면적은 5083㎢로 서울의 8배가 넘는다. 주변 명소를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수지만 도심의 볼거리들은 대부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바둑판 눈금 모양으로 잘 정비된 거리 덕에 길을 헤맬 염려도 없다.
앵커리지 박물관으로 향했다. 깔끔한 외관이 인상적인 이 박물관은 1968년 알래스카가 미국령이 된 지 100주년을 기념해 지었다고 한다. 주내 최대 규모의 박물관으로 알래스카의 역사와 예술, 생태계 등에 관한 정보를 2만7000개 이상의 방대한 유물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앵커리지 박물관은 미술관과 과학센터, 단기 전시관 등을 포함해 총 3층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곳은 2층에 마련된 알래스카 역사 전시관이다. 알래스카 땅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다양한 원주민 부족들의 생활상과 시대에 따른 변천사를 심도 있게 전달한다.
알래스카에 유럽인들이 발을 디딘 것은 약 300년 전이지만, 빙하기 때 베링기아를 거쳐 이 땅에 정착한 원주민의 역사는 약 2만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유전과 금광을 찾아 백인들이 몰려오면서 알래스카는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 땅을 지켜온 사람들은 까마득히 잊혀졌다. 220여 개가 넘는 원주민 부족은 현재 알래스카 인구의 고작 15%만을 차지할 뿐이다. 그나마도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이누이트(Innuit)나 유피크(Yup’ik) 같은 부족은 극북의 땅에 흩어져 살아간다.
알래스카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원주민들이 일궈온 오랜 역사와 문화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극한의 동토에서도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한 그들이야말로 알래스카의 진짜 얼굴이니 말이다.
도심에서 만나는 청정자연
앵커리지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시와 자연의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도심 곳곳에는 녹음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이 넘쳐나고,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트레일이 다양하게 조성돼 있다. 앵커리지 공항 근처에 있는 킨케이드 시립 공원(Kincaid Municipal Park)은 지역 주민들이 유독 사랑하는 장소다. 여름철에는 청명한 숲속에서 조깅과 사이클링, 축구, 피크닉을 즐길 수 있고 겨울철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Cross-country Ski)와 스노 슈잉(Snow Shoeing), 썰매와 같은 겨울 액티비티 천국으로 변신한다. 킨케이드 해변(Kincaid Beach)은 공원의 숨겨진 보석이다. 앵커리지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모래 해변으로 마치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를 섞어 놓은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킨케이드 시립공원에서 앵커리지 다운타운까지 약 18㎞의 거리를 잇는 토니 놀스 코스털 트레일(Tony Knowles Coastal Trail)도 꼭 걸어봐야 한다. 쿡 만을 따라 형성된 아름다운 해안가 풍경과 함께 무스나 사슴 같은 야생동물과 마주치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다운타운 서쪽 끝자락에는 레졸루션 공원(Resolution)이 있다. 캡틴 쿡의 알래스카 항해를 기념해 만든 공원으로 날씨가 좋을 때는 디날리 산(Mt Denali)과 슬리핑 레이디(Sleeping Lady)라는 별칭을 지닌 수시트나 산(Mt Susitna)까지 조망할 수 있는 도심 최고의 전망대다.
수어드 하이웨이 따라 만나는 알래스카 최고의 비경
앵커리지와 알래스카 남단의 항구도시 수어드를 잇는 수어드 하이웨이(Seward Highway)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관광도로 중 하나다. 턴 어게인 암(Turnagain Arm), 추가치 국유림(Chugachi National Forest), 케나이 반도(Kenai Peninsula)의 수려한 풍경이 200㎞가량 이어진다. 모든 구간이 절경이지만 앵커리지에서 포티지 빙하(Portage Glacier)를 잇는 구간이 특히 아름답고 볼거리도 많다. 도심을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로 옆으로 얼음조각이 떠다니는 수로와 추가치 산맥의 장엄한 모습이 펼쳐진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순수하고 청명한 세상에 사로잡혀 차를 멈추고 싶은 욕구가 끝없이 올라온다. 다행히 도로 곳곳에 뷰 포인트가 마련돼 있다. 그중 벨루가 포인트(Beluga Point)는 턴 어게인 암의 파노라마 전경과 조수 해일 현상, 바다를 헤엄치는 하얀 벨루가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꼭 들러봐야 한다.
수어드 하이웨이 구간에는 거드우드(Girdwood)란 마을이 나타난다. 본래 작고 조용한 광산 마을이었으나 알래스카주 최대 규모의 알파인 스키장 알리에스카 리조트(Alyeska Resort)가 생긴 이후 앵커리지 대표 관광지로 떠올랐다. 굳이 스키를 타거나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는 많다. 위너 크릭 트레일(Winner Creek Trail)을 비롯한 다양한 트레킹, 하이킹 코스가 알리에스카 산 깊숙한 곳까지 퍼져 있다. 빙하 위를 날아다니는 경비행기, 헬기 투어나 오랜 전통을 지닌 개썰매 체험도 특별하다. 뭐니 뭐니 해도 하이라이트는 알리에스카 리조트 전망대다. 트램을 타고 해발고도 약 700m의 전망대에 도착하면 숨이 멎을 것 같이 아름다운 턴어게인 암과 현수빙하, 끝없이 이어지는 산맥의 전경이 코앞에 나타난다.
거드우드에서 수어드 하이웨이를 따라 조금 더 달리면 알래스카 야생 보호센터(Alaska Wildlife Conservation Center)가 나온다. 일반인에게도 공개하고 있어 알래스카를 고향으로 삼고 살아가는 다양한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렌터카 혹은 센터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관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구를 지나자 한때 멸종 위기에 몰렸던 바이슨(Bison)이 꼬리를 펄럭이며 설원 위에 서 있다. 겨울이라 곰들은 동면에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운 좋게도 두 마리 불곰 형제가 깨어 있었다. 꽁꽁 언 생선을 입에 문 채 눈밭을 마구 굴러다니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순록 핫도그에서 크래프트 맥주까지
청정자연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맛있는 음식이 따른다. 앵커리지는 알래스카 최고의 미식도시다. 주내 최대도시답게 길거리 음식부터 카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까지 옵션도 다양하다. 알래스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연어지만 북태평양 대형 넙치, 할리벗(Halibut)과 볼락(Rock Fish), 킹크랩과 조개도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식재료다. 대부분 레스토랑이 체인이 아닌 로컬들에 의해 운영되는 개인 식당이기 때문에 재료는 같더라도 레시피는 천차만별이다. 알래스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순록(Reindeer) 핫도그나 연어 핫도그, 야크(Yak) 고기로 만든 버거도 별미다. 순록 핫도그는 앵커리지 시내 공원 근처에 있는 벤더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야생 베리와 자작나무 시럽을 이용해 만든 파이나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알래스카는 수준급의 크래프트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총 25개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중 절반이 앵커리지를 포함한 중남부 지역에 모여 있다. 다운타운에 있는 한 브루어리를 찾았다. 허브 버터를 가미한 알래스카 자연산 홍연어구이와 향긋한 엠버(Amber), 그리고 풍미 좋은 스타우트(Stout)를 주문했다. 빙하처럼 차가운 맥주 한 모금에 앵커리지의 겨울밤이 깊게 익었다.
앵커리지=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여행 정보
인천과 앵커리지를 잇는 직항은 여름철에만 운항한다. 보통은 시애틀을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약 16시간 걸린다.
▶앵커리지 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기준 15달러. 동절기 기준 운영시간은 평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일요일 낮 12시~오후 6시이며 월요일은 휴무다.
▶알래스카 야생 보호센터: 입장료는 성인 기준 15달러. 동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까지 운영한다. 개인 가이드가 동반하는 유료 투어부터 무료 투어까지 다양한 투어가 마련돼 있다. 주변에 포티지(Portage)호수와 빙하가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다.
▶알리에스카 리조트 트램: 성인 왕복 29달러이며 운영시간은 동절기 평일 기준 오전 9시30분~오후 5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