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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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안방에서 한국인이 스켈레톤의 새 황제로 등극하는 대관식이 열린다. '스켈레톤 천재' 윤성빈(강원도청)이 설 당일인 16일 오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3·4차 주행에 나선다.

윤성빈은 전날 열린 남자 스켈레톤 1·2차 주행에서 합계 1분 40초 35의 기록으로 트랙 신기록을 작성하며 전체 30명의 출전자 가운데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강력한 금메달 경쟁자였던 '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를 0.88초 차, 2위인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니키타 트레구보프를 0.74초 차로 따돌렸다.

아직 절반의 주행이 남았지만 이날 진행될 3, 4차 시기에서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금메달을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최초의 동계올림픽 금메달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윤성빈은 개최국 프리미엄으로 누구보다 슬라이딩센터의 코스를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한국 선수단에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빛 승전보를 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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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의 앞선 주행은 티끌만큼의 흠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는 1차 시기에서 50초28을 기록했다. 두쿠르스가 지난해 3월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기간에 이곳에서 세운 트랙 기록(50초64)을 경신한 것이다. 그것도 무려 0.36초나 앞당겼다. 0.01초로 승부가 갈리기도 하는 스켈레톤에서 이는 어마어마한 차이다.

스타트 기록 4초62를 찍은 윤성빈은 경기를 끝낼 때까지 '악마의 구간'으로 꼽히는 9번 커브를 포함해 모든 구간을 더할 나위 없이 매끄럽게 통과했다. 스타트 기록과 총 4번의 중간 기록, 최종 기록 모두 1위다.

윤성빈은 2차 시기에서 4초59를 기록, 스타트 신기록을 작성했다. 기존 기록은 자신이 작년 3월에 찍은 4초61이었다. 이어 최종 50초07을 기록, 자신이 불과 1시간 전 작성한 신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1차와 마찬가지로 2차에서도 스타트 기록과 총 4번의 중간 기록, 최종 기록 모두 선두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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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 앞서 평창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은 사실상 윤성빈과 두쿠르스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윤성빈이 미친 듯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두쿠르스가 운동선수치고는 고령(34세)에 따른 기량 하락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윤성빈이 수월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윤성빈은 올림픽을 앞둔 2017~2018시즌 월드컵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두쿠르스가 10년 가까이 쌓아올린 제국을 무너뜨렸다. 평창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윤성빈 시대'가 개막한다.

또 이날 1, 2차 시기에서 6위에 오르는 깜짝 활약을 펼친 김지수(성결대)는 윤성빈과 함께 레이스에 나서 역전 메달을 노린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