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3월의 눈’은 부모와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이다. 재개발을 앞둔 한옥에서 소박하게 사는 노부부 이야기다. 생성과 소멸이 순환하는 세상의 이치, 오랜 시간 함께해온 노부부의 정 등이 따뜻하고도 가슴 아리게 전해진다. 오현경·손숙, 오영수·정영숙 등 원로배우들이 삼삼하게 연기한다. 15~16일엔 공연이 없다.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3만5000~5만원.
소극장 열기를 느끼며 뜨거운 관람 경험을 하고 싶다면 연희단거리패의 ‘수업’을 주목하자. 단절돼 서로에게 가닿지 못하는 불합리한 의사소통의 폭력성을 그린다. 외젠 이오네스코의 희곡으로 부조리 연극의 대표작이다. 연희단거리패 배우장 이승헌이 광기를 뒤집어쓴 교수 역할을 한다. 설 당일엔 쉰다. 25일까지 명륜동 30스튜디오, 3만원.
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는 설의 흥을 한껏 돋운다. SNS 중독자 심봉사, 할 말은 다 하는 당찬 소녀 심청, 풍자의 여왕 뺑덕이 무대를 걸판지게 꾸민다. 18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 5만원.
‘빨래’는 직장인들끼리 보기 좋다. 강원도 출신 여성 나영과 몽골 청년 솔롱고의 서울살이 이야기다. 따뜻하고 공감할 만한 대사들로 직장생활의 고충을 보듬는다. 외로움과 초라함을 느끼는 청춘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설 당일엔 쉰다. 오는 4월29일까지 혜화동 동양예술극장, 5만5000원.
아이들을 위한 ‘공연 선물’도 많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다음달 4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공룡이 살아있다’는 공룡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물관에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공룡들과 꼬마 주인공들의 모험 이야기다. 설 당일엔 쉰다. 4만4000~6만6000원.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과 캐릭터를 활용한 체험 뮤지컬 ‘신비한 놀이터’(다음달 4일까지 합정동 신한카드 FAN스퀘어 드림홀, 5만원), 고양이 탐정이 왕자의 실종사건 속에 숨겨진 왕국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캣 조르바’(25일까지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3만3000~6만6000원)도 세뱃돈보다 더 큰 선물이 될 듯하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캣츠’ 내한공연도 설 무대를 장식한다. 환상적인 느낌으로 꾸민 무대와 화려한 안무, 고양이들의 삶으로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특징이다. 오는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15만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