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외교포럼’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 이 책임연구원을 비롯해 오창환 전북대 교수, 손영관 경상대 교수 등 13개 연구기관 연구자 30명은 백두산 연구그룹을 결성하고 민간 차원에서 남북 공동 연구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남북 과학자들도 한때 백두산 화산 폭발을 예측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2015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의를 끝으로 교류가 중단됐다. 화산 분화가 시작되면 한반도 전역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순수 과학 목적의 연구마저 중단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이 책임연구원은 “현재 백두산 연구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후원을 받는 북한과 영국, 이와 별도로 연구를 벌이는 중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 연구는 최근 수년 새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남북한보다는 미국, 유럽 등 서방 연구진과 중국 주도로 이뤄졌다. 북한 국가과학원과 영국 런던대,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946년 당시 백두산 폭발이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큰 규모였다는 연구 결과를 2016년 발표했다. 2015년에는 백두산 천지 5~10㎞ 아래에 서울 면적보다 큰 마그마방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새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백두산이 다시 폭발하면 동북아시아 지역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 같은 백두산이 언제든 분화할 우려가 있지만 한국은 관련 정보에서 소외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 지하 마그마방을 자극해 화산 분출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북한도 이를 감안한 듯 활발한 학술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북한 과학기술총연맹은 지난해 8월 양강도 삼지연군에서 국가과학원 지질학연구소, 김일성종합대, 김책공업종합대 등 교수와 과학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전국 지진 및 화산부문 과학기술 발표회’라는 학술 행사를 열었다.
이 책임연구원은 “백두산 지하에는 점성이 커서 한 번 폭발하면 규모가 큰 유문암류 마그마가 대규모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장 교류가 어렵다면 국내 전문가들끼리라도 연구를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