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계부품업체 미스미는 2012년부터 12년간 지속적인 ‘회사 개조’ 작업을 통해 매출 2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미스미홈페이지
일본 기계부품업체 미스미는 2012년부터 12년간 지속적인 ‘회사 개조’ 작업을 통해 매출 2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미스미홈페이지
“사에구사 씨, 제 뒤를 이어 미스미를 이끌어주시지 않겠습니까?”

16년째 ‘사업 회생 전문가’로 활동하던 사에구사 다다시는 2001년 9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3개월 전 사외이사를 맡은 기계부품유통업체 미스미의 이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창업자 다구치 히로시 사장이 후임 사장을 맡아 달라고 한 것이다. 미스미는 당시 겉으로 보기에 40년 역사를 지닌 탄탄한 중견기업이었다. 그는 고민했다. 이곳이 본업을 버리고 뼈를 묻을 만큼 ‘재미있는 회사’인가. 그때까지 축적해온 자신의 경영 기량과 전략, 리더십 등을 전부 쏟아붓겠다는 각오를 할 만한 곳인가. 사에구사는 수개월간 ‘사전 조사’를 거쳐 결론을 내린다. 2002년 2월 57세의 나이에 미스미 경영을 이어받아 2014년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현재는 미스미그룹 이사회 의장이다.

[책마을] 기업 체질 바꾸려면 말단사원까지 전략 스며들게 하라
《트랜스포머 CEO》는 사에구사가 미스미의 CEO로 재임한 12년 동안 실행한 ‘개혁의 연쇄’를 추적한 책이다. 2016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의 원제는 ‘회사개조’다. 《전략 프로페셔널》 《CEO 겐지》 《V자 회복》 등을 펴낸 경영전략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사에구사가 직접 자신을 ‘나’가 아니라 ‘사에구사’로 바라보는 3인칭 시점으로 ‘회사개조’ 스토리를 상세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미스미 CEO 취임 이전에도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프로 경영인’이었다. 미쓰이화학 신입사원으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20대에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일본에서 채용한 첫 컨설턴트로 일했고, 30대에 화학, 제약, 벤처투자 등 각기 다른 업종 세 곳의 CEO를 지냈다. 40대 들어 궁지에 몰린 사업을 회생하는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일하는 방식은 의뢰를 맡은 회사에 부사장이나 사업부장으로 취임해 회사 내부에서부터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CEO로서 수많은 벽에 부딪히고, 회생 전문가로서 온갖 아수라장을 통과하며 갈고 닦은 경영전략을 미스미에 ‘실험’했다. 미스미는 2001년 매출 500억엔, 영업이익 49억엔을 올렸다. 불황으로 매출이 소폭 줄었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카탈로그 영업’이란 독창적인 사업모델을 가진 ‘괜찮은 회사’였다. 취임 전 전반적인 회사 경영상태를 진단한 사에구사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전면 개조’가 필요한 회사였다. 그는 ‘미스미의 여덟 가지 약점’을 지적했다. △영업조직과 기획·개발 등 본사 사업조직 간 단절 △고객센터의 비효율적 운영 △시대에 뒤처진 물류시스템 △허술한 정보시스템 △시너지가 약한 사업다각화 △늦어진 해외 진출 △사원들의 위기의식 부재 △인재 양성 시스템 부재 등이었다.

저자는 이런 약점을 어떻게 개혁해 나가는지를 마치 실황중계하듯 생생하게 풀어낸다. 전반부에는 개혁 프로젝트의 숱한 좌절과 실패의 장면이 등장하고, 후반부에는 장애의 벽을 부수고 성공으로 향하는 돌파 과정이 묘사된다.

개조의 핵심은 사에구사가 재정의한 미스미만의 사업모델이었다. 품질(Q),비용(C), 시간(T)으로 대변되는 QCT모델이다. 높은 품질의 제품을, 다른 기업보다 낮은 비용으로, 가장 짧은 시간에 공급하는 데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뜻이다. 많은 회사가 이 사이클 중 어딘가에 문제를 안고 있다. 사에구사는 이 사이클을 빠르고 원활하게 돌리기 위해 긴 시간 동안 ‘개혁의 연쇄’를 끈기 있게 진행했다.

먼저 미스미 조직 말단까지 ‘전략 마인드 스며들기’에 힘을 쏟았다. 회사의 주력 사업을 선정하고, 제품 생산 시간을 단축하고, 국내 중심의 사업 기반을 세계로 확장하고, 고객의 주문접수와 배송시간을 단축하는 등 사이클의 모든 부분에 있던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는 데 전략의 중심을 뒀다. 이 과정에서 성장곡선, 제품별 이익률, 원가계산 방법 등 다양한 ‘프레임 워크’를 미스미에 맞게 수정해 현장에 적용했다.

이 결과 회사는 전혀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 유통만 하던 회사가 제조까지 하는 종합부품회사로 거듭났다. 일본에서만 사업하던 로컬 회사가 중국, 미국, 한국 등 전 세계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취임 당시 8.2%에서 12년 후 60%를 넘어섰다. 미스미 매출은 ‘개조’ 시작 4년 만에 두 배인 1000억엔을 넘어섰다. 이후 글로벌 대불황 위기를 극복하고 2014년 2000억엔을 달성했다.

이 책은 ‘미스미만의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전략서 작가답게 저자는 어느 회사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경영의 ‘논리’와 ‘전략’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미래의 경영 리더’나 ‘프로 경영인’을 꿈꾸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도 많다. 저자는 “경영자는 단순히 조직의 맨 위에 선 사람이 아니다”며 “조직의 말단까지 전략이 스며들게 하고, 모든 직원의 마음과 행동을 하나로 묶어 전진을 꾀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