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청은 이번에 신속을 택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비가 내린 뒤 날씨예보를 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란 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일까.
기상청은지난 3일 인공지진 발생 뒤 7분 만에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을 알렸다. 1~5차 핵실험 당시엔 평균 38분 걸렸다. 한국신기록을 단숨에 20분이나 단축시키고 세계신기록을 보유한 일본 수준에 성큼 다가선 셈이다. ‘청와대 보고와 언론 발표를 동시에 하자’라고 대응 매뉴얼을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건 진리였다. 기상청은 정확성에서 뭇매를 맞았다. 6차 핵실험의 폭발력을 처음엔 5차 핵실험의 9.8배라고 했다가 오후에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5~6배 크기로 정정했다. 몇 시간만에 분석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데 대해 “계산법은 여러 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북한 핵실험 뒤 2차 지진 발생 여부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오보를 날렸다. 기상청은 지난 3일 “인공지진 뒤 2차지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2차 지진이 있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미국이 2차 지진을 감지했다고 발표한 뒤 슬그머니 그 분석을 따라간 게 됐다. 기상청은 “지질자원연구원에서 2차 지진 사실을 받았지만 추가 분석이 필요해 처음엔 2차 지진을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어느 나라의 분석이 맞을까. 누구 말이 맞느냐에 따라 북한의 핵폭탄이 수소폭탄이냐 증폭핵분열탄이냐, 원자폭탄이냐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일기예보에서 잇따라 수모를 겪고 있는 기상청이 북핵 관련 정보에서만 만큼은 오보청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비보다, 태풍보다 북핵이 훨씬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라고 하지 않았던가.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