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조립공장 직원이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스마트공장 라인에서 차량작업을 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조립공장 직원이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스마트공장 라인에서 차량작업을 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지난 24일 부산 신호동 신호산업단지에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대표 박동훈·사진) 부산 조립공장. 자동차부품을 실은 무인 부품운송차량(블록&키트)이 9개 라인으로 나눠 바닥에 설치된 물류자동화라인을 따라 작업장 앞에 도착하자 작업자들은 부품을 꺼내 신속하게 조립했다. 르노삼성차 7종류의 차량이 한 라인을 타고 움직이면서 작업자가 이동하지 않고 편하게 작업하고 있었다. 유영길 물류총괄 팀장은 “부품들이 공장에 도착하면 작업자들이 이동해 부품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부품운송차량이 바로 옆에 물품수송라인에 배치돼 부품을 조이고 설치만 하면 되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공장”이라고 자랑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2년 동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80억원을 들여 스마트공장시스템을 지난해 말 완료하고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유 팀장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2년 동안 휴가도, 공휴일도 반납하고 자동차공장으로선 세계 최고의 이상형 공장을 구축했다”며 “기술 향상과 물류, 생산성에서 효과가 바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작업장에서 만난 다른 한 근로자는 “부산공장에는 그동안 지게차나 트랙터가 부품을 운반하고 작업과정에서 먼지가 발생해 선풍기 등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어 일의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근로자들은 자동차 작업라인의 동력을 활용해 부품운송라인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해 별도의 동력 없이 운반이 가능해 전기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작업자의 보행 수를 줄이고 볼트너트통을 작업에 편리하게 원형으로 개선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고 비부가가치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등 스마트공장 가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스마트 공장 변신으로 르노삼성차의 무인부품운송 비율은 2015년 60%에서 지난해 95%로 늘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질과 비용, 시간, 생산성 등을 평가하는 QCTP평가 랭킹에서도 세계 르노그룹 18개 공장 가운데 지난해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13위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 덕택에 차량 대당 제조원가도 15% 절감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최적의 물류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르노그룹의 스페인 팔렌시아, 발라노니드 공장 관계자들은 벤치마킹하러 부산공장을 다녀갔다. 르노 중국공장은 같은 형태로 스마트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르노삼성차는 국내에서 QM3, SM6, QM6 등 신차들이 연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형 세단 SM6와 중형 SUV QM6는 각 차급의 다른 차들보다 고급 옵션을 대거 적용하는 고급화 전략으로 독자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박동훈 사장은 부사장 시절인 2013~2016년 신차 전략을 이끌었고, 지난해 4월 사장 취임 후엔 ‘스킨십 경영’으로 직원 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부산공장에는 한 달에 한두 번, 경기 기흥 중앙연구소에는 1주일에 한두 번 찾아 현장 직원들과 만나고 있다.

장용수 조립1팀 과장은 “세계적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르노 닛산 그룹 내에서도 공장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물량 확보와 고용유지가 힘든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지금도 공장시스템이 세계 최고지만 현장 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공장 스스로가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사의 노력 덕택에 성적표가 좋아지고 있다. 부산 제조업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르노삼성차는 활기를 띠면서 부산·경남지역 협력사도 동반성장 효과를 누리고 있다. 르노삼성의 매출은 2015년 5조183억원에 이어 2016년에는 6조2484억원(영업이익 4000억원)으로 늘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부산·경남지역 르노삼성차 협력사의 매출도 25%나 증가했다. 2011년에는 2076억원, 2012년에는 1721억원 등 두 해 연속 영업손실을 내기도 해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마저 경영난을 겪어 르노삼성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루머까지 돌았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실적은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일재 부산상공회의소 사무처장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 협력,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신상품, 수시로 생산·판매 현장을 찾는 박동훈 사장의 리더십 등이 조화를 이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