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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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을 ‘개코’에 빗댄다. 개의 후각은 사람의 1만배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과학자들이 이런 믿음이 틀렸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존 맥글랜 미국 럿거스대 교수 연구진은 사람의 후각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돼 왔으며 개나 쥐와 맞먹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오랫동안 사람의 후각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이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는 기록을 남겼다. 19세기 뇌외과의사인 폴 브로카는 사람의 뇌에서 냄새를 맡은 영역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 작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는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영감을 줬다. 프로이트는 사람의 후각을 인간이 성장하고 문명화되는 과정에서 성적으로 억압된 희생양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럿거스대의 연구 결과는 달랐다. 연구진은 실제 연구와 문헌 조사를 통해 인간의 후각신경계가 다른 포유류보다 크거나 후각신경 숫자에서 비슷한 수준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은 약 1000개에 이르는 후각수용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쥐는 1100개 유전자가 있다. 하지만 유전자 숫자와 냄새를 맡는 능력 사이엔 그다지 관련성이 없었다. 소의 경우 개의 두 배에 이르는 2000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개보다 냄새를 못 맡는다.

인간의 후각수용체 유전자는 공기 중에 떠 있는 서로 다른 휘발성 화학물질을 선택적으로 검출해 향기를 구분한다. 후각 연구 초창기에는 후각수용체 유전자의 3분의 1만 실제 작동할 뿐 나머지는 진화의 흔적으로만 남아 있다고 봤다. 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이 점점 더 많은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연구진도 개의 후각 능력이 폭발물을 찾거나 난소암 환자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들은 바나나 향기 성분인 아밀 아세테이트 냄새를 맡지 못하는 등 사람보다 못한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후각 능력을 지나치게 저평가해 왔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안드레아스 캘러 미국 록펠러대 교수 연구진은 사람이 1조 가지 이상의 향기를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