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첫승 ‘입맞춤’ > 김지현이 30일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CC에서 열린 KLPGA 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연합뉴스
< 생애 첫승 ‘입맞춤’ > 김지현이 30일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CC에서 열린 KLPGA 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무대의 ‘절대 강자’였던 박성현(24·하나금융)이 미국으로 떠난 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띠고 있다. 올 시즌 초반 다섯 번 대회 모두 우승자가 달랐다. 이정은6(21·토니모리)과 박민지(19·NH투자증권) 등 생애 첫 우승자도 두 명이나 나왔다. 올 시즌 여섯 번째 대회인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총상금 5억원)에서도 한 타 차 살얼음 우승 경쟁이 벌어졌다. 이날 ‘도자기 트로피’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는 코스레코드의 주인공 김지현(26·한화)이었다. 김지현은 투어 데뷔 8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30일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CC(파72·650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는 전날 코스레코드(10언더파 62타) 기록을 세운 김지현과 하민송(21·롯데)이 공동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다.

김지현이 첫홀 보기를 범한 경기 초반에는 이정은6과 이정은5(29·교촌F&B), 하민송 3인의 공동 선두 제체로 진행됐다. 하민송이 전반에 2타를 줄이며 선두 자리를 지킨 가운데 두 명의 이정은이 공격적으로 타수를 줄이며 3강 구도를 형성했다.

팽팽한 균형은 10번홀(파4)부터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하민송이 10번홀(파4)에서 이번 대회 첫 보기를 기록하며 11언더파 공동 3위로 내려온 것. 두 명의 이정은이 벌인 선두 경쟁에선 이정은6이 기선제압에 나섰다. 13번홀(파4)과 14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14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정은6보다 한 홀 뒤에서 경기를 한 이정은5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정은5도 13, 14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14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섰다.

김지현은 7번홀(파4) 버디로 타수를 회복한 뒤 16번홀(파3)까지 후반에만 버디를 네 개 잡으며 다시 이정은5, 이정은6과 공동선두에 올랐다.

김지현은 마지막 홀에서 웃었다. 공동선두로 나선 다른 선수들이 모두 파로 홀아웃한 상황에서 7m짜리 버디 퍼팅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김지현은 15언더파 201타로 1타차 우승을 했다.

김지현은 새가슴이란 오명을 털어냈다. 재작년 상금랭킹 12위, 작년 상금랭킹 11위가 말해주듯 실력은 모자라지 않았다. 우승 기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는 번번이 무너졌다. 작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결승에서 16번홀까지 2홀 차로 앞섰지만 17, 18번홀을 내줘 연장전에 끌려가 무릎을 꿇었다.

투어 데뷔 이래 무려 125개 대회 만에 우승의 감격을 맛본 김지현은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목놓아 통곡했다.

김지현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그동안 우승을 쫓아다녔더니 달아나더라. 이번엔 마음을 내려놨더니 우승이 따라왔다”고 말했다.김지현은 “스코어보드를 보고서야 우승했구나 생각할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며 “1번홀 보기 후 파를 계속 잡을 때도 초조해하지 않고 기다리다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함께 고생한 어머니께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