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 전시된 쩡판즈의 ‘나, 우리’.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 전시된 쩡판즈의 ‘나, 우리’.
장샤오강과 쩡판즈는 웨민쥔, 왕광이와 함께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으로 불린다. 2000년대 초반 국내 화단에 처음 소개된 장샤오강과 쩡판즈는 중국의 급격한 개방에 따른 사회혼란과 불합리한 시스템을 정교하게 작품 속에 녹여내 주목받았다. 쩡판즈가 가면 쓴 남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통해 현실을 은유했다면 장샤오강은 망각과 기억, 대가족과 혈연을 작품의 에너지 원천으로 삼았다. 두 작가의 작품값은 한때 100억~250억원까지 치솟으며 세계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쩡판즈와 장샤오강을 비롯해 쩌춘야, 안창홍, 오원배, 최진욱 등 중국과 한국 인기 작가 여섯 명이 참가해 ‘회화 대결’을 벌이는 이색 전시회가 마련됐다. 암울한 이데올로기는 물론 상업주의에도 저항해온 두 나라의 1950~1960년대생 작가들이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가 새해 첫 전시로 지난달 30일 시작해 오는 30일까지 펼치는 ‘트라이앵글’전이다. 트라이앵글은 작가, 예술, 현실 사회의 관계성을 파악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 작가가 어떻게 현실을 바라보고, 역사를 어떻게 예술로 확장했는지 유쾌하게 풀어낸 회화 30여점이 걸렸다. 예술가로서 현실을 마주하고 인식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작업해온 이들의 아방가르드적 열정과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국 문화대혁명 이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혼재한 시기를 겪어온 장샤오강(59)은 창백한 얼굴과 공허한 눈빛을 가진 가족들의 얼굴을 흑백사진처럼 잡아낸 대작을 내놓았다. 격동기를 살아온 중국인과 중국 사회의 속내를 잿빛 감성으로 승화한 점이 흥미롭다.

2013년 아시아 현대미술 최고가(‘최후의 만찬’·250억원) 기록을 경신한 쩡판즈(53)는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유령처럼 묘사한 작품을 내보인다. 쩌춘야(62)는 현대인의 욕망을 녹색개를 통해 풍자해 관람객과의 농익은 소통을 끌어낸다.

남북분단과 민주화 투쟁, 산업화 과정을 직접 경험한 한국 작가들도 아픈 기억들을 명징한 미감으로 되살려냈다.

안창홍(64)은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육체를 화면에 끌어들여 돈과 성(性), 권력을 은유한 대작들을 걸었다. 홀로 또 같이 겪어내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슬프면서도 장엄하게 읽힌다. 인간의 실존적 고민을 다뤄온 오원배(64)는 벽화기법으로 어두운 배경에 왜곡된 인물을 배치한 작품을 소개하고, 최진욱(61)은 서로 다른 생각으로 부잣집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들춰냈다.

이동재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가적 위기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한·중 관계에 부정적 기류가 강해진 가운데 현실에 대한 작가들의 다채로운 시각과 유연함을 보여주고 싶어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