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
이념 성향 '중도좌파' 분류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박근혜 친정체제 구축’에 한몫했다. 2007년 대선 땐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후보를 도왔다. 2012년 초까지는 박 전 대통령과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해 2월 유 후보가 “당원들의 동의 없이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꿨다”고 비판하면서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 전 대통령과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10월엔 유 후보가 친박 2선 후퇴와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2015년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유 후보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수정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공무원연금법을 처리하기로 야당과 합의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거론하며 유 후보를 비판했다. 유 후보는 원내대표직을 내놨다. 지난해 총선에서 공천 배제까지 당하면서 친박과는 완전히 결별했다.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을 한 데 이어 이번엔 직접 ‘킹’ 도전에 나서 1차 관문을 넘었다. 그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도 주장한다.
유 후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수가 경제적으로 정의롭게 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가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철학적 기반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리 총수 사면 금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대기업·공기업·공공기관 기간제근로자 채용 금지 등을 공약했다.
개혁적 보수, 따뜻한 시장경제를 기치로 한 공약들을 내놓았으나 그의 이념 성향은 중도좌파로 분류된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신문이 자유경제원과 함께 대학교수와 기업인 등 각계 전문가 31명에게 여야 대선주자 이념 성향을 물은 결과 유 후보는 0(좌파)~10(우파) 가운데 3.53으로 평가받았다.
그의 앞길에는 기회와 난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보수 후보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그에게 기회다. 범보수 대표주자로 나서 연대를 주도할 터전은 마련돼 있다. 그는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도 연대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연대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부친 유수호 전 자유민주연합 의원에 이어 대구에서 내리 4선을 했으나 ‘박근혜 배신’ 낙인이 찍혀 텃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지율이 정체 국면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약점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