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월급 100만원으로…학점도 인정을
현재 최저임금의 16% 불과…연 4조면 해결
월급 저축해 학자금·창업자금 등 활용 가능
미국 대학 2천여곳 군 복무 최대 12학점 인정
차기 정부 국방개혁의 핵심은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보상과 배려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돼야 탄탄한 경제도 가능한 만큼 젊은이들이 안보에 앞장설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차원에서 병사 월급을 올릴 필요가 있다. 저축을 통해 제대 이후 학자금이나 창업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보람을 느끼고 충실한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병사 월급 2배 인상’을 제안해 2012년 월 10만8000원이던 병장 월급이 올해 21만60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병사 월급 수준은 여전히 최저임금(올해 월 135만2230원)의 16.0% 수준에 불과하다.
징병제를 시행하는 국가 가운데 터키(해당국 2016년 최저임금의 3.0~15.2%)와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집트와 태국은 병사 월급이 최저임금과 같고 브라질(80%) 중국(28.9~34.2%) 이스라엘(25.5~34.8%) 베트남(16.7~27.8%) 등도 한국보다 높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의 40%까지 올리는 법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월급을 100만원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구구조 변동으로 올해 41만5252명인 병사 숫자가 2022년에는 33만140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어서 예산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5년 뒤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경우 병장 월급을 최저임금의 40% 수준으로 하는 데 연평균 2조1511억원, 월 100만원으로 하는 데는 3조976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군 관계자는 “무기체계 개선 등 다른 분야에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책적 의지가 있다면 병사 월급을 대폭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도 “병사들의 월급 인상은 모병제를 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데 대한 국가 차원의 최소한의 보상”이라고 했다.
군 복무기간을 대학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지금은 군에서 장병들이 각 대학의 화상 원격수업을 듣고 일부 학점을 취득하고 있으며, 정비 통신 등 90여개 병과의 주특기 교육을 3~5주(평균 150시간) 이수한 경우 국내 102개 대학이 3학점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군 복무 자체를 학점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제안한다. 군 복무 중 기초체력을 다지고, 훈련을 통해 리더십을 기르는 한편 꾸준한 정신교육을 통해 인성을 다지고, 틈틈이 대민 봉사활동을 하므로 군 생활 자체를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텍사스주립대가 최대 12학점을 인정하는 등 미국 2300개 대학이 미군 복무기록 자체를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인디애나주립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김모씨는 한국군 복무기록도 학점으로 인정받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봉사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대학도 있는데 군 복무 자체를 리더십이나 체육 과목 학점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병욱 상명대 군사학과 교수는 “군의 각종 교육의 질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져 충분히 학점으로 인정할 만하다”며 6학점 정도 인정을 제안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