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과다르는 이란 바로 옆 아라비아해를 끼고 있는 항구다. 중국 정부는 2011년께부터 이 항구에 관심을 보였다. 2013년 파키스탄과 중국 정부는 항구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540억달러 규모 중국·파키스탄 경제협력(CPEC) 방안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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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상업적 이용에 관한 계약이었으나 2015년 파키스탄 정부는 아예 이 항구를 2059년까지 43년간 중국에 대여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아라비아해로 진입하는 요충지에 자국 해군까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中, 해외 항구 장악력 강화

중국의 해상 장악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런던 킹스칼리지의 류 중국연구소와 함께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들어 세계 주요 항구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다. 2010년부터 6년간 중국·홍콩 기업들은 각국 40여개 항구에 총 456억달러(약 53조원)를 투자(예정 포함)했다.

2015년 기준 세계 50대 컨테이너 항구 세 곳 중 두 곳에 중국계 자금이 투자된 상태다. 세계 3위 컨테이너 항구인 부산항도 포함돼 있다. 2010년에는 이 비중이 20% 수준이었는데 급격히 높아졌다.

중국계 자금이 들어간 항구에서 처리되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1%에서 2015년 67%로 커졌다.

◆상업적 투자→군사적 활용

이런 현상은 단순히 중국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투자를 받은 항구들을 살펴보면 물동량이 적어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서아프리카의 상투메프린시페, 동아프리카의 지부티, 파나마·지브롤터·순다·말라카·호르무즈 해협 등이 그렇다.

FT는 중국이 상업적인 목적이라며 경제협력 등으로 항구에 투자한 뒤 이를 군사적인 용도로 동시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과다르에서 한 것과 비슷한 식으로 지부티를 중국 해군기지로 만들었고, 그리스 피레에프스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힘을 쏟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하나라며 정당화하고 있지만 실제 목적은 다르다고 FT는 분석했다.

한 중국 관료는 “2011년 리비아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나자 3만6000여명의 중국인 노동자를 철수시키기 위해 그리스 상선을 급히 수배해야 했다”며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면 피레에프스 항구에서 직접 중국 해군이 출동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해운업 홀대

한국은 여전히 항구 운영과 해운업을 단순한 무역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 7위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보내면서 세계적인 물류대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뒤늦게 국내 2위 선사인 현대상선을 키우려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한진해운의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한국 해운업 순위는 세계 5위권이었지만 한진해운 퇴출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해운업계는 정부의 한진해운 퇴출 결정이 해운업의 전략적인 중요성을 간과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은/안대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