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의 면벌부 저항 '종교개혁 500주년'…행사 봇물
독일 신학자이자 수도 사제였던 마틴 루터(1483~1546·사진)는 1517년 10월31일 비텐베르크 성곽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다. 교황의 성직 매매와 면벌부 판매를 비판했다. 인류사를 바꾼 종교개혁의 신호탄이었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기독교계가 한국 교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학술회의와 캠페인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기념사업은 회개와 반성에 초점을 뒀다. 한국 근현대사에 기독교가 세운 공은 인정하되 과오를 철저히 되짚어야 새로운 500년을 열어갈 수 있다는 뜻에서다. NCCK는 2월 ‘한국 교회 개혁운동을 진단한다’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어 개신교계의 개혁 과제를 점검할 예정이다. 4월에는 ‘미래를 위한 첫걸음:기억과 반성의 순례’ 캠페인도 벌인다. 서울 남산의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장소와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민간 피해 지역 등 역사적 과오 현장을 찾아 반성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마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던 독일 비텐베르크 성곽교회 내부. 한경DB
마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던 독일 비텐베르크 성곽교회 내부. 한경DB
하반기에는 ‘미래를 향한 전진:고백과 선언’을 주제로 학술대회와 기념대회 등을 열고 《한국교회를 위한 95인의 고백》이라는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오는 10월28~29일에는 NCCK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대회를 연다.

개신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를 구성해 기념대회, 장로교단 연합강좌, 개혁선언문 발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 평전시리즈도 준비 중이다. 예장 통합총회는 올해 총회 주제를 ‘다시 거룩한 교회’로 정하고 95개 조항으로 구성된 ‘종교개혁 500주년 선언문’을 채택한다. 기념음악회, 성경 통독 새벽기도회, 거룩성 회복을 위한 사경회(査經會) 등도 열 계획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설립된 첫 개신교회인 루터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기독교한국루터회(루터회)는 루터 연구지 발행과 저작물 번역 사업에 나선다. 국제 교류도 확대한다. 5월29일부터 비텐베르크에서 열리는 세계 종교개혁박람회에 참가하고, 8월에 아시아 루터교 미션 페스티벌을 연다. 10월에는 기독교와 루터회의 역사를 다루는 전시관을 개관한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종교개혁에 관한 의식조사 등 기초 연구자료를 만들고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종교개혁 이야기집 등 다양한 출판물 간행사업을 한다.

천주교, 개신교, 정교회가 함께하는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회(한국신앙직제)는 오는 24일 서울 옥수동 루터교회에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를 연다. 기도회 주제는 ‘화해’다.

한국신앙직제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교회를 개혁하려 한 루터의 의도와 달리 서방 그리스도교는 개신교와 천주교로 갈라졌다”며 “교회 개혁을 위한 부르짖음은 복음의 왜곡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가 원한 교회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의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