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는 사람은 없고, 사겠다는 사람은 눈치를 보니 거래가 있겠어요?”(H회원권거래소 대표)

골프장 무기명 회원권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무기명 회원권은 회원이 부킹만 하면 비회원 3~4명이 누구든 정상가의 3분의 1 정도 비용으로 라운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은밀한 접대’에 활용하기 좋은 회원권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회원권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접대를 금지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자 매수에 눈치를 보고 있다.

18일 복수의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9월 법 시행 이후 무기명 회원권 거래는 많아야 하루 50~100여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루 200~300건에 달하던 2000년대 중반의 무기명 전성기에 비하면 20~30% 수준으로 줄었고 법 시행 전인 지난해보다도 최소 절반은 감소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승영 회원권114 대표는 “호가만 존재하고 실거래는 거의 실종된 분위기”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매도나 매수 문의가 들어오는 회원권이 10여종에 불과할 정도로 매물 자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회원권 가격이 최저점까지 떨어졌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매각해봤자 회계상 손실 처리를 하는 번거로움만 생기고 그나마 임직원 복지 등 비접대용으로 활용할 기회마저 날아간다는 생각도 한몫하고 있다.

반면 실수요자 쪽은 법 시행과 관련해 시범 케이스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일찌감치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불확실성에 따른 눈치 장세란 얘기다. 한 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골프 자체를 접대 오락으로 여기는 마당에 어떤 법인이 드러내놓고 무기명을 사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초 무기명 회원권이 김영란법을 피해갈 카드가 될 것이란 기대가 사라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불특정 다수 모두가 누리는 정상가에서 벗어난 할인 혜택을 받았다면 모두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주중 6만~7만원, 주말 8만~9만원 정도를 그린피로 받는 무기명을 써서 라운드했다면 정상 그린피와의 차액 모두가 처벌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접대 라운드에 쓰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건설회사 임원은 “무기명을 지인들과의 라운드에 가끔 활용하는데 그린피와 식사비 등 전체 비용을 개인카드로 그냥 결제하고 만다”고 말했다. 무기명 수요 일부가 쓸 때마다 비용을 차감하는 2000만~3000만원대의 할인형 선불카드로 돌아선 것도 그런 불안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