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 공식 홈페이지.
출처=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 공식 홈페이지.
지난 8일(현지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대이변을 연출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가족과 참모를 대동하고 뉴욕 선거본부 내 '당선인 수락' 연설 단상에 올랐습니다. 마침내 미국까지 '트럼프 월드'로 거머지었다는 듯한 특유의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습니다.

트럼프 당선 연설 출처=ABC 뉴스

뉴스래빗은 '트럼프의 미국'을 웅변한 그의 당선인 수락 연설 번역본 주요 키워드를 분석했습니다. 총 15분 여 동안 우리 말로는 4135자(공백 제외), 1313개 단어를 쏟아냈습니다.

뉴스래빗은 이 1313개 단어를 형태소 단위로 쪼갠 후, 의미를 가진 2870개 명사만 따로 추려내 단어 구름(word cloud)을 그렸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Data Journalism)에서 '단어 구름' 빈도 분석은 글이나 연설문 등이 강조하는 핵심어를 드러내는 데 쓰입니다. 연설자나 화자가 반복 사용하는 특정 단어는 곧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형태소 분석으로 알아본 '트럼프의 미국'. 함께 보시죠 !.!

▼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수락 연설 핵심어로 그린 단어 구름(word cloud).
▼▼ 글자 크기가 클수록 연설문 내 빈도가 높은 단어입니다.
#1. 가족 :) '샤이 트럼프' 소중한 가치

트럼프의 당선 연설 전문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감사'(28회)였습니다. 뉴스래빗이 추려낸 전체 명사 중 두 번째로 많이 등장한 '미국'(15회)보다도 2배 가까이 많죠.

감사는 주로 가족과 측근을 향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한 건 '가족'(7회) 관련한 단어입니다. 부모(4회), 형제·자매(2회)가 언급됐고 아내·아들·딸·자식·형제·남매·형이 각 1회씩 등장했죠. 가족 관련 단어를 모두 합하면 총 21회로 감사를 전한 대상 중엔 가장 비중이 큽니다.

지지자를 향한 단순 감사 인사를 넘어,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겠다는 의지로 읽혔습니다. 여론조사도 예측하지 못한 트럼프의 당선엔 '샤이 트럼프(Shy Trump)', 즉 조용히 트럼프를 지지한 보수층 숨은 지지자들의 공이 분명히 컸기 때문입니다.

# 2. 군인 :) 보수 지지층, 감사 이상의 약속

트럼프의 언급 중 군 관련 키워드가 눈에 띕니다. 제대·군인이 각 3회, 육군·해군·장성·명예훈장이 각 1회 등장했죠. 모두 합하면 10건 입니다.

트럼프는 연설 초반부터 "제대 군인이야말로 미국을 위해서 희생한 분들"이라며 "제대 군인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죠. 감사를 표할 때도 가족과 선거 캠프 다음으로 군 출신 지지자들이 등장했습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을 지지해준 200명 이상의 육·해군 장성들과 22명의 명예훈장 수상자들을 향해 "이 분들 덕분에 오늘의 내가 가능했다"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참전용사 정신을 앞세워 국가에 대한 희생과 봉사를 강조하는 모습은 보수 공화당 당선자다웠습니다.

#3. 인프라 :) '아메리칸 드림'의 전제 조건

'인프라'(4회)는 앞으로 4년 간 펼쳐질 트럼프 경제 정책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경제'(4회)와 등장 횟수가 동일하고, 차기 대통령으로서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할 만한 '일자리'나 '성장률'(각 1회)보다도 비중이 훨씬 큽니다. 트럼프는 교량·터널·학교·병원·공항을 각 1회씩 언급하며 미국 인프라의 대대적인 건설(1회)을 예고했습니다.

트럼프는 '인프라'로 대표되는 앞으로 미국의 경제 정책에 대해 총 15개 명사를 26회 언급했습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단어는 '아메리칸 드림'(2회)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부강한 국가로 재건하고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실현해야 할 것"이라며 인프라 재건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미국인을 위한 아메리칸 드림'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패배 연설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언급했습니다. 다만 그는 "모든 인종과 모든 종교, 남성, 여성, 이민자, LGBT(성소수자), 장애인 등 모든 사람을 위할 만큼 크다고 믿었다"고 말을 이었죠. 트럼프와 힐러리, 선거 이후 발언에도 큰 인식 차이가 느껴집니다.

#4.국가 :) 미국에 의한, 미국인을 위한

연설을 통틀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미국인 등 자국에 대한 표현은 34회로 가장 많이 언급했습니다. 국가(10회)를 포함해 미국(15회), 미국민(7회, 미국인·미국시민 포함), 나라(1회), 국익(1회) 등입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들은 당선 연설에서 국제 정세 속 미국의 중심적 역할을 자주 언급했습니다. 2004년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를 확립할 것을 천명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과 2012년 모두 세계 평화 수호자로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죠.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는 당선 연설 내내 국제 정세나 외교에 대한 철학을 읽을 만한 발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미국 그리고 미국인이라는 자국을 입에 올렸습니다. "모든 국가가 공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추상적인 의지는 잠깐 이야기했죠. 이 마저도 "미국의 국익에 최우선을 두면서"라고 전제했습니다. 그만큼 미국 국익을 최우선 중심에 두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셈입니다. 미국에 의한, 미국인을 위한 외교를 펼쳐나가겠단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죠.

한편 뉴스래빗은 10일(한국시간) 오전 10시 30분부터 4시간동안 페이스북 라이브 기법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어떠세요?'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페이스북 좋아요, 화나요, 슬퍼요(남 걱정할 때가 아니에요), 놀라워요(#그런데_최순실은?) 4가지 감정 버튼 중 하나를 누르면 10초 안에 실시간 집계되는 방식입니다. 총 401명이 참여했습니다.



'좋아요' 51개, '화나요' 51개, '남 걱정할 때가 아니에요' 227개, '#그런데_최순실은?' 58개로 '남 걱정할 때가 아니에요'가 57% 로 가장 많았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미국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마비 사태에 빠진 우리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부터 고민해야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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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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