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국민의당 왔나” 김영환의 독설

장외투쟁 갈등 끝에 사무총장 관둔 김 前 의원
“창당정신 잃었다”… 호남 독주·투쟁 노선 강력 비판

<YONHAP PHOTO-1366> 김영환,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국민의당 김영환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2016.10.23 scoop@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f6464/2016-10-23 11:29:23/<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국민의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닮아가는 측면이 없나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의당은 완벽하게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가 됐다.”

국민의당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영환 전 의원이 11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이 창당 정신을 이탈했다”며 독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 전 의원은 사무총장을 그만 둔 이유에 대해 “비대위에서 당 투쟁 노선과 관련해 ‘이 문제를 예민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상식적 발언을 했는데 비대위원장이 ‘사무총장 입장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며 장외투쟁을 둘러싼 박지원 위원장과의 갈등 때문임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제가 장외투쟁에 반대한 것은 당원 동원하고, 전세버스 동원하고, 민주당보다 더 큰 깃발 만드는 데 국고를 한 푼도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자발적으로 가야지, 세몰이 정치를 하는 것은 창당정신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 하려고 내가 의원직을 버리고 여기 왔나”는 말도 했다. 장외집회 참석은 정치인 개인 차원에서 이뤄질 문제이지 당 차원의 공식 합류는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김 전 의원은 “어떤 경우라도 대안을 만들려면 박 대통령과 대화해야 하고, 하야 전까지 협상해야 한다”며 “총리 문제도 대화와 협상에 주저함이 없어야 하는데 책임총리나 거국내각을 야 3당 공조로 무너뜨리는 것을 국민의당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린 먹고 살아야 하는데 팽개치고 거리로만 나가서 되느냐”며 “인기가 없더라도 당이 이걸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국민의당이 철저히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이로 인해 민주적 의사결정이 막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은 호남당’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며 “호남의 강력한 지지가 우리 힘인 것은 인정하지만, 당직을 한 사람이 움켜쥐고 호남 독주로 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냐”고 말했다. 이날 후임 사무총장에 호남 중진 유성엽 의원이 임명된 데 대해서도 “창당 정신에 위배되는 호남 독주와 당직 싹쓸이의 전초라고 본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김 전 의원은 “박 위원장은 비대위 역할을 계속하든가 당 대표 경선에 나오는 것을 포기하든가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당은 호남 중진들의 당도 아니고, 박지원의 당도 아니고, 안철수의 당도 아니고, 김영환의 당도 아니다”며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찍어준 국민들의 민의 위에 서 있는 당이고, 창당 정신으로 돌아가야 집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우리는 어느새 그것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새누리당과 싸우며 불통과 독선을 지적하고 공격해 왔는데 우리 당이 그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1인 지배 정당이 되고 독선과 독주가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또 “새누리당 지지가 국민의당으로 오지 않고 무당층·부동층으로 가고 있다”며 “한 사람이 지배하는 정당에 어떻게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고 지지를 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우리 국민의당은 완벽하게 민주당의 2중대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뭐가 다른가 찾기 어렵다”며 “민주당의 들러리가 돼 있는 한 국민의당 창당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무엇인가가 안 보이고, 그래서 지지율이 고착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전 의원은 “입만 열면 리딩 파티(leading party·선도 정당)가 된다 했으면 디퍼런트 섬싱(different something·뭔가 다른 것)이 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따라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