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아이다 초연 당시 앙상블로 오디션 최종까지 갔는데 떨어졌어요. 개막 후 혼자 공연을 보러 갔는데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이후 또 오디션이 있어 암네리스 공주 역으로 다시 도전했어요. 최종에서 떨어졌죠. ‘내 작품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앙상블에서 암네리스 공주로, 다시 아이다로 꿋꿋하게 도전한 이유는 지난해 공연한 뮤지컬 ‘아리랑’ 때문이었다고 했다. 일제의 온갖 치욕을 견뎌내는 수국 역을 소화해낸 윤공주를 본 뮤지컬 관계자들이 “아이다에 담긴 한(恨)의 정서가 그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추천한 것. “듣고 보니 화려한 암네리스 공주보다는 백성들을 이끄는 아이다가 저에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은근히 정의롭게 나서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 길로 오디션을 봤죠. 하하.”
이번엔 꿈에 그리던 아이다 역을 꿰찼다. 하지만 아이다의 길은 순탄치가 않았다. “외국 제작진이 처음에는 ‘쟤가 아이다를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눈치였어요. 아이다는 강인하고, 리더십을 가진 여자잖아요. 그런데 저는 키도 작고 야리야리하니까…. 그 이미지를 깨기 위해 더 죽기 살기로 연습했어요.”
하얀 피부를 태우기 위해 네 번이나 태닝을 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매니저와 어두운 파운데이션을 비교해 보던 중이었다. 예쁜 역할만 원하는 배우라면 그리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그는 “레게머리 가발까지 쓰면 저 엄청 예뻐요”라며 웃었다.
그는 지금까지 분석한 아이다의 연기 포인트를 들려줬다. “아이다는 세련된 연기를 보여줘야 해요. 노예로 왔지만 다른 노예와는 다른 매력 강인함이 있죠. 노예로 끌려가는 순간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아요. 백성을 위해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티 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그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앙상블에서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계단을 올라 어느새 정상의 자리에 오른 비결을 묻자 그는 ‘연습’을 꼽았다. “공부 잘하는 분들은 ‘성취’하는 재미가 있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래요. 밤늦게까지 연습하다 보면 하루에 한 개 이상은 꼭 달라져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로부터 ‘아이다는 윤공주가 제일 잘 어울려’란 얘기를 듣고 싶어요.”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