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가장 적극적 소비층
IT 정보에 아낌없이 투자
"의류에 나만의 개성 있다"
브랜드 의류·건강식품 선호
인테리어 시장 '큰손' 부상
"내 집 꼭 필요" 응답은 하락
조용필의 ‘어느 날의 귀로에서’란 노래의 일부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가사를 붙였다. 송 교수는 2013년 펴낸 책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에서 퇴직하는 50대를 위로했다. 산업화의 주역이지만, 부모와 자식 세대를 한꺼번에 부양해야 하는 세대의 아픔에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소비시장에서는 이 50대가 가장 강력한 파워를 갖춘 집단이 되고 있다. 리서치 전문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2001년과 올해 소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비교한 결과다.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정보화 마인드와 취향을 지닌 50대가 탄생한 것이다.
◆아이언맨도 50대
아이언맨은 최첨단 정보기술(IT)로 무장해 악당과 싸우는 영웅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사진)는 1965년생이다. 그도 50대다. 아이언맨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의 50대들도 IT에 관심이 많다. 50대 가운데 ‘정보화 사회에 뒤지지 않기 위해 애쓴다’는 응답은 2001년 36%에서 올해 70%로 크게 늘었다. 어떤 연령대보다 더 노력한다.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응답도 24%에서 37%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들은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 구할지 안다’는 50대 응답자는 15년 전 30%에서 60%로 두 배로 늘었다. 20대(62%)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피부 관리하고 맛집 찾는 중년
새로운 50대는 화장품과 의류시장에서도 주요한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다. ‘피부 관리에 신경 쓴다’고 응답한 50대는 15년 전 28.7%에서 올해 50%로 늘었다. 남성 평균 41.2%를 웃돌았다. ‘옷과 구두에 나만의 개성이 존재한다’는 응답도 24.7%에서 50%로 두 배로 늘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멋 부리는 50대가 등장한 것이다. 의류 소비와 관련해 다른 연령대와의 차이점은 브랜드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64.8%가 브랜드를 의류 선택의 기준으로 꼽았다. 넥타이와 핸드백도 브랜드 제품이어야 품위가 높아 보인다는 응답이 많았다.
지난 15년간 음식에 대한 태도도 50대가 가장 급격히 변했다. 50대 중 절반(48.2%)은 먹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요리프로그램도 가장 열심히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50대도 전체의 53.2%나 됐다. 20대에 이어 가장 많았다. 50대가 미식가 대열에 합류했다는 얘기다. 스파게티, 피자, 떡볶이 등을 즐겨 먹는다는 50대 비율도 10년 전 9%대에서 30%대로 크게 뛰었다. 40대도 16%에서 51%로 늘었다.
◆인테리어시장의 큰손으로
인테리어 시장에서도 50대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내장식에 신경 쓴다’는 응답은 전 연령대에서 떨어졌지만 50대는 25.9%에서 40.2%로 증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전 세대를 통틀어 크게 변화한 인식은 주택 소유에 관한 것이다. 전체 연령대에서 ‘내집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떨어졌다. 2001년 73.3%에서 올해는 63.1%였다. 특히 10대와 20대는 70%대 중반에서 각각 52%, 60%로 크게 하락했다. 주택가격 상승과 심각한 취업난 등으로 내집 마련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 대한 인식도 15년 전에 비해 크게 변했다. 시설만 좋으면 부모를 양로원에 모셔도 좋다는 응답(전 연령)은 2001년 27.6%에서 43.6%로 늘었다. 결혼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45.7%에서 68.6%로 급증했다.
성공에 대한 척도는 돈으로 바뀌었다. 돈 많은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6.4%에서 50.8%로 증가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