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시스백화점 점포 폐점 계획 발표, 일본 미쓰코시 일부 지역 철수 결정, 중국 백화점 실적 악화.’

해외 백화점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뉴스다. 경쟁자에 밀려 점포 문을 줄줄이 닫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국 백화점들은 다르다. 불황에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3분기 매출은 두 자릿수 늘었다. 신규 출점이 적었던 롯데백화점도 소폭이지만 성장했다. 발빠른 체험형 매장으로의 변신과 아울렛 등을 통한 사업 다각화, 위기에 강한 구조 등이 그 비결로 꼽힌다.

◆돌아온 남성 고객

현대백화점 판교점 6층에서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드론과 가상현실(VR) 기기를 체험하거나 전시된 캐릭터를 관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1~2년 새 확대되고 있는 ‘체험형 백화점’의 모습이다. 지난달 문을 연 스타필드하남에 입점한 신세계백화점 하남점도 체험형 쇼핑몰 효과를 누리며 방문객들이 몰리고 있다.

저성장과 온라인 쇼핑의 확대로 국내 백화점들도 한때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변신을 서둘렀다. 백화점이 내놓은 해답은 체험형 쇼핑. 이는 발길을 끊었던 고객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9월 백화점 휴면고객(6개월 이상 구매가 없는 고객) 중 5만5000여명이 백화점으로 돌아왔다. 작년 같은 기간의 휴면고객 전환율보다 15% 높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체험을 내세운 판교점과 송도프리미엄아울렛이 문을 열면서 소비자들이 백화점에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체험형 백화점이 확대되면서 남성 고객도 늘고 있다. 올 1~9월 신세계백화점의 전체 매출 중 남성 비중은 33.1%를 차지했다. 3년 전에 비해 2%포인트가량 높아졌다.

그 결과는 실적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13.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룹 전체가 실적 부진에 빠진 롯데에서도 백화점은 7.2% 성장했다.

◆줄폐점 이어지는 美·中·日

해외 백화점들은 잇따라 폐점하고 있다. 미국의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내년까지 100개 점포를 폐점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 메이시스의 경쟁자 콜스도 지난 2분기 매장 18곳을 폐쇄했다. 삭스피프스애비뉴는 34개 백화점을 폐점하고 할인점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 최대 백화점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는 지바시의 미쓰코시 지바점과 도쿄 변두리의 미쓰코시 다마센터점을 내년 3월 폐점한다. 소고세이부그룹도 지난 2월 세이부 가스카베점(사이타마)을, 지난달 아사히카와점(홋카이도)과 소고 가시와점(지바)을 닫았다. 중국에서는 복합쇼핑몰에 밀린 홍콩계 팍슨백화점과 노보백화점이 약 20개 매장을 접었다.

◆“아울렛과 경쟁 대신 시너지”

한국 백화점이 해외 백화점과 다른 것은 유통그룹을 이루고 있다는 강점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아울렛과 복합쇼핑몰, 온라인쇼핑 사업을 백화점 중심의 유통그룹이 직접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백화점이 저가 상품을 내세운 아울렛과 온라인몰에 밀리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유통그룹이 모든 유통 사업을 하기 때문에 경쟁자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운영 방식도 강점이 되고 있다. 미국 일본은 물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비중이 높다. 직매입한 물건이 안 팔리면 곧장 손실이 난다. 그러나 국내 백화점은 브랜드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매출이 소폭 줄어드는 정도만 타격을 받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