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프트 주행이 공식 경주에서 선보인 건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이다. 이곳에서 드라이버들은 굴곡 심한 오프로드에서 속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랠리카를 미끄러뜨리며 달렸다. 이들에게 드리프트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걸 인상 깊게 본 일본의 츠치야 케이치 등 후지 프레시맨 레이스(Fuji Freshman Race)에서 활동하는 드라이버들이 일반도로 위에서 구현하면서 본격적인 드리프트 문화가 형성됐다. 츠치야 케이치를 ‘도리킹(드리프트 킹의 줄임말)’이라고 부른 건 이런 연유에서다.
이와 함께 일본의 만화 ‘이니셜D’가 연재되면서 드리프트 문화가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로 급격하게 퍼졌다. 당시 드리프트에 적합한 FR(앞 엔진 후륜구동)차량 뿐만 아니라 FF(앞 엔진 전륜구동)와 4WD(사륜구동) 차량도 소수지만 드리프트를 즐겼다. 특히 FF 드리프트의 경우 일반적인 FR차량의 드리프트와 구별하기 위해 ‘F도리’라는 명칭이 붙기도 했다.
과시 욕구가 충만했던 이들은 보다 위험한 드라이빙 테크닉을 선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드리프트 주행도 그 기법의 하나였다. 특히 도로 외에 항만, 주차장 등에서 드리프트 주행을 주로 하는 사람들을 ‘드리프트족’이라고 불렀다. 아스팔트 도로에서 드리프트 주행을 하면 타이어가 비명을 지른다. 보다 강력한 드리프트를 위해 튜닝된 차량은 배기음도 엄청났다. 타이어 찢어지고 타들어가며 발생하는 마찰음, 배기음 등의 소음이 주변 주민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운전자가 차량 컨트롤에 실패하면 사고로 이어졌다. 스핀 등이 일어나면서 도로에 접한 민가와 상가, 가드레일, 혹은 통행하고 있는 일반 차량 등과 추돌했다.
또 도로에서는 벼랑 아래로, 항만 지구에서는 바다에 추락해 드라이버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좁은 도로는 이런 드리프트족의 성지 역할을 했다. 이런 곳들은 난폭 운전을 두려워한 주민들이 심야 외출을 하지 않는 등의 폐해도 낳았다. 개인의 취미 범주를 벗어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진 것이다.
고두일 객원 칼럼리스트(엔지코퍼레이션 대표, 모터랩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