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양조장 투어
밤엔 수제맥주 펍…덴마크의 하루는 짧다
인어공주 이야기가 깃든 도시, 코펜하겐
‘새로운 항구’란 뜻의 뉘하운(Nyhavn)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면 인어공주 동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수로를 따라 늘어선 궁전과 오페라하우스, 도서관 등 아름다운 건축물은 덤이다. 뉘하운은 1673년에 개통된 운하로 과거로 회귀한 듯 고풍스러운 정취가 흐른다. 운하 남쪽에는 18세기 건물들이 즐비하고, 북쪽은 창문이 많은 파스텔 빛 건물들이 화사하게 이어진다. 푸른 하늘 아래 노천카페에서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하기에 뉘하운만큼 낭만적인 장소도 없다. 테이블마다 놓인 맥주는 칼스버그다. 유럽, 아니 세계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칼스버그의 고향이 코페하겐인 까닭이다.
칼스버그 양조장을 찾아서
“1847년 칼스버그를 창립한 J C 야콥센은 덴마크산 라거 맥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고, 독일 뮌헨으로 가서 라거 맥주 양조법을 배웠어요. 귀국해서 연구소를 만들고 과학자들과 협업한 결과 1883년 세계 최초로 라거에서 효모를 가라앉혀서 발효시켜 (하면발효식) 효모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지요. 놀라운 건 맥주 발전을 위해 그 기술을 돈 한 푼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유했단 점입니다.”
가이드 투어가 끝나자 사람들은 일제히 양조장 2층의 바로 향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칼스 스페셜(Carls Special)’을 맛나기 위해서다. 1854년 J C 야콥센이 만든 다크 라거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맥주로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가 가득하면서도 목 넘김이 편했다. 부드러운 맥주 거품에 감탄하며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물거품이 돼도 좋다는 인어공주를 위해 덴마크어로 건배를 외쳤다. 스콜!
맥주 덕후들의 성지, 미켈러 바에서 수제맥주를
코펜하겐은 맥주 애호가들에게 완벽한 도시다. 낮엔 칼스버그 양조장에서 신선한 맥주를 맛보고 밤엔 미켈러(Mikeller) 바에서 기발한 수제맥주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미켈러 바는 서울과 방콕에도 있지만 코펜하겐 빅토리아 거리의 바가 본점이다. 여행하는 도시마다 지역 맥주를 맛보는 수제맥주 사냥꾼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기도 하다.
미켈러는 2006년 미켈(Mikkel Borg Bjergsø)과 크리스티안(Kristian Klarup Keller)이 의기투합해 만든 수제맥주다. 자신의 집과 학교 부엌에서 양조를 하던 미켈이 고등학교 과학 교사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새로운 맥주 개발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5년 전 세계 맥주 오타쿠들이 맛을 평가하는 사이트 ‘레이트 비어(ratebeer.com)’에서 올해의 주목할 만한 양조장으로 선정될 만큼 성장했다.
해질녘 도착한 미켈러 바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는 이들로 붐볐다. 천천히 음미하듯 맥주를 홀짝이는 사람들 사이로 자유로운 공기가 감돌았다. 첫 잔은 일명 ‘하우스 맥주’라 불리는 베스트브로(Vestbro) 중 ‘스폰탄(Spontan)’을 택했다. 베스트브로는 수제맥주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마시기 편한 맥주 네 가지 필스너·밀맥주·브라운 에일·스폰탄을 말한다. 그중 스폰탄은 야생효모로 발효시킨 후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시큼한 맛이 특징이다. 다음 잔은 글루텐(Gluten)을 제거한 크림 에일(Cream ale)이냐, 검고 진한 흑맥주 포터(Poter)냐를 놓고 잠시 갈등했다. 고민 끝에 둘 다 맛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맥주잔이 쌓이고 코펜하겐의 밤은 검은 맥주처럼 어둠에 젖었다.
예술과 자연이 하나 되는 루이지애나 미술관
우지경 여행작가 traveletter@naver.com
여행 팁
덴마크는 유로 안 써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코펜하겐공항까지 직항은 없다. 핀에어(finnair.com/kr/ko)가 헬싱키를 경유, 코펜하겐까지 이어준다. 핀에어를 이용하면 헬싱키 스톱오버도 가능해 덴마크·핀란드 두 나라의 수도를 한 번에 여행할 수도 있다. 스웨덴이나 독일에서 갈 경우 기차를 타도 된다. 덴마크 통화는 유로가 아니라 덴마크 크로네다. 1크로네는 약 167원(9일1일 기준). 공용어는 덴마크어지만 어딜 가든 영어가 잘 통한다. 한국과 시차는 7시간. 전압은 220V다. 자세한 관광정보는 코펜하겐 관광청 홈페이지(visitcopenhage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