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사 PD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늘 강조하는 ‘치읓(ㅊ)’으로 시작하는 세 가지가 있어요. 창의성, 친화력, 추진력. 이 세 가지가 좋은 PD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창의성. 남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죠. 모두가 ‘일반인이 방송에 나오면 재미없다’고 생각할 때 일반인도 아니라 군인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우정의 무대’를 연출했어요. 대학생들을 주연으로 내세워 ‘퀴즈 열풍’을 불러일으킨 게 ‘퀴즈 아카데미’였죠.”
▷‘친화력’을 강조하셨는데, 평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주철환’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게 된 건 제가 가진 창의성과 친화력 덕분인 것 같아요. 제 휴대폰 카카오톡에 있는 친구가 6300여 명 정도 되는데, 그 중 1000여명 정도는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좋은 인연이 모여 좋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거든요. 김혜자 최불암 선생님부터 H.O.T. god 같은 친구들까지, 제가 MBC PD로 활동할 때 주로 활동하던 연예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동북중 국어 교사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때 제 제자들이 벌써 50대가 됐어요. 그런데도 아직 만나는 친구들이 있어요. 배우 최민수 씨도 제자인데, 매주 저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있죠.”
▷60대인데도 ‘청춘’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젊은 사람들과 굉장히 친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젊은 사람들과도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제 강점인 것 같아요. 1988년생인 아들 친구들 8명을 모아 매년 두 번씩 여행을 다녔어요.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요? 제가 매일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돈을 통장에 쌓아두지 말고 청년의 심장에 꽂아라.’ 이미 월급으로도 충분한데 원고료나 강연료 받은 것을 아껴서 뭐하나요? 대학 강의를 할 때도 ‘청춘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여행 경비를 대주곤 했어요. 제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청년들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고 싶었어요.”
▷‘긍정과 행복의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데요.
“궁상맞은 이야기 같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이 안 계셔서 고모 손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데서 얻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불우한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작은 일에도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됐죠. PD가 돼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상황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은 잘 안하는 편이에요.”
▷‘창의성’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요? 후천적으로 길러지기도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창의성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없어요. 직간접적인 경험이 많을수록 창의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도 높죠. 저는 아버지가 안 계시다보니 등산도 낚시도 야구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대신 혼자 방 안에 앉아서 상상을 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할 일이 없어서 가게에 있는 신문을 주워 읽고, 평생 만나볼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책을 읽으며 간접 경험을 하기도 했죠.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과 남들의 경험을 융합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