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소녀들의 추억을 소환하다…16년 만에 돌아온 아이돌 '젝스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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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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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이었다. 교복 차림으로 ‘오빠’ 를 외치던 소녀들은 어느덧 30대 초중반이 됐다. 그들 앞엔 변한듯 변하지 않은 아이돌 ‘젝스키스’가 서 있었다. 젝스키스와의 만남에 2만명의 ‘노랭이들’은 다시 16년 전으로 돌아갔다. 노랭이키는 시그니처가 노란색인 젝키의 팬을 부르는 이름이다. 녹음테이프로 젝키의 음악을 들으며 가사를 교과서보다 더 열심히 외우고, 방 안을 온통 오빠들의 사진으로 도배했던 그때 그 소녀들이었다.
젝스키스가 돌아왔다. 1997년 데뷔해 H.O.T와 함께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아이돌 1세대 젝스키스가 지난 10~11일 16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고지용을 포함한 ‘여섯개의 수정’은 아니었지만 ‘다섯개의 수정’만으로도 충분히 빛났다. 2000년 해체 이전보다 더 농익고 친근한 모습으로 팬들의 앞에 섰다. 리더 은지원은 “16년 만에 봤는데 앞으로 16년 더 보고싶다”며 오랜 시간을 기다려준 노랭이들의 마음을 달랬다.
새벽 4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노랭이들은 떼창은 물론, 중·고등학교 때보다 더 큰 목소리와 열정적인 몸짓으로 그들의 무대에 화답했다.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기 전 틀어준 영상엔 교복을 입은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노란 빛으로 빛나던 세상이 사라졌다”고 읊조리던 소녀는 시간이 흘러 직장인이 됐다. 혼자 힘들어 하고 다칠 뻔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모든 순간에 젝스키스 멤버들이 뒤에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왔다. 공연장에 앉아있던 팬들은 울먹이며 환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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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중간에 이어진 각종 멘트에선 세월이 흐르면서 더 여유로워진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룹이름이 젝스키스가 아니라 ‘육개장’이 될 뻔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며 큰 웃음을 터뜨렸다. 장수원은 “16년 동안 뭐하셨느냐. 젝스키스를 잊고 살았던 건 아니냐”며 가벼운 투정도 부렸다.
타블로와 함께 작업한 신곡 ‘세 단어’도 선공개 됐다. ‘지금, 여기, 우리 세 단어면 돼요’란 가사에서 16년을 기다려온 노랭이들을 위한 젝스키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팬들의 열정도 그대로였다. 팬들은 신곡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냈다. 강성훈이 노래를 부르며 장미꽃을 나눠주자 팬들은 이를 받기 위해 무대 뒷편에서 줄지어 뛰어나오기도 했다.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덕후’들 사이엔 이런 법칙이 있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팬 활동을 쉴 수는 있어도 영원히 그만두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젝스키스의 ‘추억 소환’에 16년 전 멈춰졌던 노랭이들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