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서 개인전 여는 한국 1세대 전위미술가 이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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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충격 주는 행위미술…인생은 짧고 예술도 짧죠"
'신체드로잉' 등 1970년대작 40여점 선봬
"몸 활용한 퍼포먼스로 관계의 미학 조명"
'신체드로잉' 등 1970년대작 40여점 선봬
"몸 활용한 퍼포먼스로 관계의 미학 조명"


30일 개막해 10월16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열리는 ‘이건용, 이벤트-로지컬’전은 이런 이씨의 정신을 오랜만에 돌아볼 수 있는 자리다. 영상, 회화, 설치, 행위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그는 연필을 비롯해 크레용, 합판, 종이 등 하찮은 매체를 활용해 행위예술에서 신체의 한계를 확장하고 시각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씨는 1970년대 신체를 활용해 특유의 간명한 행위와 군더더기 없는 논리적 사건의 전개로 국제 미술계에서도 손색이 없는 행위미술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의 ‘신체드로잉’ 시리즈는 “왜 화면을 마주 보면서 그려야만 하는가”에 의문을 제기한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키(175㎝)와 비슷한 높이의 합판 뒤에서 손이 닿는 만큼 선을 긋거나, 캔버스를 옆에 두고 팔을 앞뒤로 둥글게 뻗어 선을 긋는 등의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동그란 원을 그리고 “여기, 저기, 거기”를 외친 작품도 신체와 장소, 관계 등에 대한 독창적인 미학과 논리로 접근한 퍼포먼스 작업이다. 신체와의 소통이 이 예술가가 현실에서 이루려고 한 주제다.
인간의 신체를 생각하며 ‘인생은 짧고, 예술도 짧다’는 사실을 인식한 그는 “신체 작업은 자신을 표현하고 1970년대 정치·사회적 한계를 느낀 우리 입장과 나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위예술로 삶과 예술적 실천이 분리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했고, 한국 사회의 비논리적인 상황과 행동들에 대한 ‘처방’을 추구했다.
40여년 후 그는 다시 힘주어 말한다. “예술의 매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다. 작가의 몸은 ‘예술을 통한 소통’에서 가장 탁월하고 직접적인 매체가 될 수 있다. 의식이 과잉되고 조작적인 방법으로 조정되는 현대 사회를 행위미술로 꼬집고 싶다.”
작가는 30일 오후 6시와 10월16일 오후 4시 전시장에서 1970년대 퍼포먼스 ‘동일면적’ ‘건빵 먹기’ ‘장소의 논리’ ‘달팽이 걸음’ 등 대표작을 선별해 직접 재연할 예정이다. (02)2287-3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