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해 우리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사진이란 기록 매체의 역사부터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사진 한 장의 소중한 추억까지, 할 수 있는 말이 아주 많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라는 물건을 알았고, 접했으며 이젠 언제든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우리는 뷰파인더로 세상을 바라보고, 마음을 끄는 모든 것을 만날 때마다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런 사진으로 타인의 일상을 짐작한다.

미국 작가이자 예술평론가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는 사진을 포함해 모든 ‘바라보기’에 대한 윤리 문제를 다룬 여섯 편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첫 편인 ‘플라톤의 동굴 속에서’는 우리를 플라톤의 동굴에서 해방시켜줬다고 믿는 사진이 사실은 또 다른 동굴 속으로 우리를 가두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세상을 포착, 수집, 전유하고자 하는 우리의 이상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듯 보이는 사진은 분명 20세기 꿈의 발명품이다. 사진은 세상의 크기를 마음대로 조정하고 아직 가보지 않은 세상을 우리 눈앞에 내보여주기도 하며 경험을 증명해준다. 사진 속에서 지난 시간을 언제든 꺼내볼 수 있고, 그 순간 느낀 감정을 되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시대의 흐름을 사진 한 장으로 요약하고 해석한 채 할 일을 다 한 듯 방임해버리는 이들에게, 모든 사건의 의미를 하나의 갈래 안에 넣고 고만고만하게 취급하는 안일한 시선에 대해 그 감정이 과연 과거와 같은지 묻는다. 선택된 경험만을 증명해줄 뿐 사진으로 담지 않은 다른 모든 일은 유실되고 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다.

프레임에 포착된 세계는 언뜻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듯하지만 낱장으로 찍힌 사진은 형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연결하기 힘들다. 사진 자체로 보자면 중간중간 썰어내듯 없애버리고 남은 책 속의 한 문장과 같은 것이다. 잘려나간 문장으로는 한 권의 책을 다 이해하기는커녕 내용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누군가는 그 한 문장이 책 전체를 보는 것보다 의미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책이 그렇듯 전체 맥락 속에서 문장이 힘을 발휘한다. 반대로 마음에 드는 한 문장을 만났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 책을 읽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사진의 속임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다. 예술과 진실의 간극이 분명히 있다는 것, 작가의 선호에 따라 피사체의 진실이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은 간파한 상태다. 하지만 그뿐이다. 어떤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과 마음은 이미 그것에 물들어 있을 때가 다반사다.

사진이 예술이 되려면 무엇보다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 내 정신과 영혼이 얼마든지 방향을 틀어 한껏 더 멀리 뻗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사진 한 장으로 촉발된 기운이 사진 안에서만 고이지 않도록 스스로를 무한히 열어두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만으로 쉽게 상대를 오해하는 것이 결코 성숙한 행동이 아니듯 세상을 바라보는 성숙한 윤리의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전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이후, 312쪽, 1만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