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개의 우주가 모인 것과 같은 하나의 우주, 수정처럼 단단하지만 모든 것이 그곳을 관통해 흘러다닌다.”

우주, 별, 자연, 그리고 인간. 심오한 주제를 담은 아름다운 가사가 펼쳐진다. 여기에 몽환적인 선율과 웅장한 합창이 더해져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오는 19일 세계 초연을 앞둔 진은숙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사진)의 현대음악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개관 기념으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에선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을 지휘하고, 국립합창단과 국립합창단 보이스콰이어가 협연한다.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진 작곡가를 만났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현대음악가인 그는 2012년 롯데콘서트홀 측의 제안으로 이 곡을 썼다. 평소 천문학에 관심이 많던 진 작곡가는 광활한 우주 속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이런 말을 떠올렸다. “인간은 별들에서 온 아이들이다.” 그에게 천문학은 하나의 위로다. 진 작곡가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천문학 관련 책을 읽으면 나의 고통이 조금은 하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우주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작곡을 위해 그가 찾아간 곳은 도서관이었다. 수많은 책을 빌려 시를 읽었다.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35편의 소네트’, 핀란드 시인 이바 리사 마네르의 ‘당신은 행성을 집었다’, 영국 시인 헨리 본의 ‘세계’ 등이다. “문학의 세계도 음악 못지않게 깊이가 있고 내용이 훌륭해서 감동 받았어요. 시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함축해 언어로 표현하잖아요. 그 과정이 음악을 쓰는 것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작품에 대해 진 작곡가는 “바로크 시대부터 현재까지 우주와 자연을 담은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12악장의 대서사시가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 단체의 위촉으로 국내 오케스트라가 세계 초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해외에서 초연할 때보다 더 떨리고 기대도 크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2부로 짜였다. 1부는 1악장부터 6악장까지 쉼 없이 연주하는 ‘아타카’ 방식으로 펼쳐진다. 음악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발전하다 6악장 중간에서 갑자기 멈추고, 오르간 솔로로 이어진다. 롯데콘서트홀은 국내 클래식 공연장 최초로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했다.

진 작곡가는 “평소 파이프 오르간에 관심이 많았으나 이를 포함한 작품을 쓸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롯데콘서트홀에 좋은 오르간이 설치된 데다 작품 내용과도 잘 맞아서 적극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2부(7~12악장)는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의 어린이 합창곡으로 시작한다. 1부가 우주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라면 2부에선 자연을 담은 부분이 많이 나온다. 8악장은 구름, 10악장은 바다에 대한 음악이다. 마지막 악장에선 우주, 자연과의 합일을 강조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해외 초연도 앞두고 있다. 2018년 영국 런던에서 에사페카 살로넨의 지휘로 런던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의 유럽 초연이 이뤄진다. 2019년에는 뉴욕필하모닉의 미국 초연도 예정돼 있다.

“현대음악이라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대음악이라고 해서 마냥 복잡하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만 명확히 담았죠. 현대음악을 처음 듣는 분들도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될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