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저녁 가족과 함께 배구 한일전을 시청했다면 한 번쯤은 가졌을 법한 의문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배구대표팀의 ‘주포’ 김연경이 네트와 거리가 먼 후방에서 일본의 공격을 받아내는 장면이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주득점원인 김연경이 공격에 전념하지 않고 수비에도 가담하는 이유가 뭘까.
○‘돌고 도는’ 로테이션
김연경의 수비 가담은 배구의 ‘로테이션 룰’과 ‘전위’ 및 ‘후위’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김연경이 아니더라도 모든 선수에게 적용된다.
로테이션 룰이란 포지션과 상관없이 선수의 위치를 시계방향으로 바꿔야 하는 배구 규칙을 말한다. 공격라인을 기준으로 앞의 3명(전위)과 뒤의 3명(후위)이 순환식으로 위치를 바꾸기 때문에 전위에서 경기를 시작한 김연경이 후위에서 수비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건 또 뭐야? ‘전위’와 ‘후위’
로테이션은 반드시 한 명 이상의 공격수(레프트나 라이트)가 전위에 있을 수 있도록 순서가 짜여진다. 후위에 있는 선수는 어택라인 앞에서 공격할 수 없다는 룰 때문이다. 경기를 눈여겨봤다면 레프트 김연경이 후위에 있을 때 다른 한 명의 레프트 박정아나 이재영은 반드시 전위에 위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김연경이 후위에 있을 때 한국의 연속 득점으로 로테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녀의 무시무시한 득점력은 무용지물이 될까?
그렇지 않다. 후위에 있는 공격수를 활용하는 방법이 배구의 백미 ‘후위 공격(백어택)’이다. 네트 멀리에서부터 날아온 김연경이 3명의 블로킹벽을 뚫고 상대 코트에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봤을 것이다.
후위 공격은 화려한 만큼 힘든 공격이기도 하다. 어택라인을 밟거나 넘어서 시도해선 안 된다. 네트와 3m 거리를 두고 하는 공격이어서 높은 타점 또한 요구된다. 게다가 후위에 있는 공격수는 상대 서버들의 집중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시브(1단) 후 공격(3단)을 혼자서 맡아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같은 이유로 후위 공격이 가능한 선수인지 아닌지 여부는 공격수의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V리그는 여자배구에 한해 후위 공격 2점제가 도입된 적이 있었지만 선수들의 부상 등을 이유로 2008-2009시즌 폐지되었다.

배구는 선수교체가 유난히 자주 이루어지는 종목이기도 하다. 이 역시 로테이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센터 양효진이 후위로 갈 경우 리베로 김해란과 교체하는 식이다. 양효진은 전위에서 속공과 블로킹에 능하지만 후위 수비에선 활용도가 적어 전문수비수 김해란이 투입되는 것이다.
김해란은 전위로 갈 차례가 되면 다시 경기에서 빠진다. 리베로는 전위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김해란을 대체해서 투입할 수 있는 선수는 양효진뿐이다. A가 B로 교체됐다면 B가 빠질 땐 반드시 A가 투입돼야 한다. 교체는 세트당 6회까지 가능하다.

공격수가 토스하는 선수의 뒤를 돌아나와 공격하는 이동 속공은 남자배구에선 거의 볼 수 없다. 하지만 여자배구에선 자주 볼 수 있는 공격 유형이다. 후위 공격이 가능한 여자선수가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우측면 공격이 로테이션상 백어택만 가능할 때 주로 이동 속공이 쓰인다.
시간차는 가장 널리 알려진 공격 방법이다. 속공을 할 것처럼 점프한 선수는 공격하지 않고 뒤늦게 뛰어오른 선수가 공격하는 교란 작전이다. 혼자서 점프 타이밍을 늦춰 상대 블로커를 피할 때는 개인 시간차라 하고, 후위 공격이 시간차와 결합될 경우 ‘파이프’라 부른다.
이처럼 리우올림픽 여자배구는 알고 봐야 비로소 이해되는 요소들이 산재하다. ‘왜 김연경에게 공을 안 주지?’라고 오해하고 있었다면 이제부터 랠리 사이사이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에 주목해 보자. 40년 만의 메달에 도전하는 여정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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