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사람들의 마음의 중심, 유달산과 노적봉
충무공의 유적지가 있는 고하도
‘높은 유달산 아래 있는 섬’이라서 고하도(高下島). 목포 앞바다에 방파제처럼 배수진을 치고 있다. 목포를 자신의 등 뒤로 보내고, 두려움 없이 적 앞에 나선 용사의 모습이랄까. 실제로 이 섬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지켜준 수호자였다. 1597년 충무공은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뒤 이곳에서 108일 동안 전력을 재정비했다. 고하도는 영산강의 내륙수로 서남해 바닷길이 만나는 관문에 있다. 충무공은 이곳을 지나는 어선들에 통행첩을 발행하여 군량미를 마련하고 40척의 군선도 건조했다.
충무공 기념비를 모신 모충각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 죽어서도 장군을 호위하는 조선 수군의 당당한 기개를 보는 듯하다. 기념비는 조선 경종 2년 1722년 이순신의 5대손 이봉상이 완성했다. 일제 강점기 야산에 버려진 비석을 광복 후 주민들이 찾아 다시 세웠다. 비석에 일본인들이 쏜 총탄의 흔적이 있다. 무더위에도 마음이 서늘해진다. 역사의 아픔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치유되지 않는 상처처럼 덧나는 것임을 깨닫는다.
여름 민어는 전국의 미식가를 들뜨게 한다. 6월 말에서 8월까지 산란기의 민어는 살이 통통하다. 알을 품은 암컷보다 수컷이 더 맛있다. 큰 것은 1m가 넘으며 10㎏이 넘어야 제맛이 난다. 삼복더위 들머리에 신안 임자도 해역에서 잡은 민어를 최고로 친다. 잡힌 민어는 거의 목포로 온다. 목포 ‘민어의 거리’를 꼭 가야 할 이유다.
민어는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최고의 여름 보양식이었다. ‘민어탕이 일품, 도미탕이 이품, 보신탕이 삼품’이라고 했다. 백성이 즐겨 먹어 민어(民魚)라는데, 요즘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비싸다. 가장 맛있는 부위는 민어 부레와 껍질. 살짝 데쳐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먹는다. 민어는 숙성한 선어회로, 나머지는 탕으로 먹는다. 하얀 접시 위에 민어의 연분홍 살빛이 복사꽃처럼 어여쁘다. 목포가 아니면 어디에서 이런 호사를 누려볼까?
목포=정윤주 여행작가 traveler_i@naver.com
여행 메모
KTX로 서울 용산역~목포역이 2시간40분 걸린다. 목포역에서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성인 5000원. 고하도는 목포대교와 연결돼 차로 갈 수 있다. 영란횟집( 061-243-7311)은 1969년 문을 연 목포 민어회의 원조집이다. 선경준치회집(061-242-5653)은 준치회무침비빔밥이 맛있다. 초원음식점(061-243-2234)의 꽃게무침덮밥도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