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전용 롯데콘서트홀
세계적 음향 전문가가 설계…클래식 연주시장 한 단계 도약
월드스타 초청 LG아트센터
피나 바우시·매슈 본 등 적자 감수하며 국내 소개
다음달 18일 개관할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을 찾은 클래식전문가들의 평가다. 공식 개관에 앞서 음향 테스트를 위해 최근 마련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은 이들은 맑고 풍부한 음향과 객석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깊은 공간감에 매료됐다.
롯데콘서트홀은 1988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후 28년 만에 서울에 생기는 대형 클래식 전용홀(2036석)이다. 월트디즈니홀과 산토리홀의 음향을 설계한 세계적 음향전문가 도요타 야스히사가 음향을 설계했다. 롯데그룹이 건립 비용으로 1500억원을 투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 계열사 세 곳이 200억원을 출자해 지난해 9월 설립한 롯데문화재단이 운영한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롯데콘서트홀은 예술의전당에 쏠린 클래식 연주 수요를 분산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내 클래식 연주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문화재단이 국내 ‘문화예술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콘서트홀, 다목적 공연장 등을 세우고 연극 무용 클래식 등 순수예술 공연을 올리며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해 왔다. 국공립 공공극장 위주였던 1990년대부터 기업문화재단들은 비상업적 공연장을 건립해 서울의 문화지도를 바꿔놨다.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역삼동 LG아트센터, 신문로 금호아트홀 등이 대표적이다. 2012년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여수 예울마루(GS칼텍스재단)는 전남 문화예술 공연의 중심지로 떠오르며 지역별 문화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업문화재단이 공연장을 짓고 운영하는 건 한국과 일본의 독특한 모델이다. 공연예술 역사가 긴 유럽에서는 공공극장 시스템이 발달했고, 미국에선 예술단체들이 기업과 기업재단 후원금으로 공연장을 짓고 운영한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처럼 기금을 많이 낸 기업인의 이름을 따 공연장 이름을 정할 뿐이다. 공공극장 역사가 짧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기업문화재단들이 비영리 공연장을 짓고 운영한다. 일본에선 산토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산토리홀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문화재단들은 또한 수준 높은 국내외 공연을 기획해 공공기관이나 민간 예술단체들이 할 수 없는 문화예술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LG아트센터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국내 공연을 열어 왔다. 현대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시와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카네이션’(2000년), 영국 안무가 매슈 본의 ‘백조의 호수’(2003년)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2016년), 영국 연출가 피터 브룩의 ‘11 그리고 12’(2010년), 일본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의 ‘해변의 카프카’(2015년) 등이 대표적이다.
이현정 LG아트센터 공연기획팀장은 “전석 매진을 기록해도 투자 금액의 50%도 채우기 어려운 공연들”이라며 “세계의 수준 높은 공연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해 문화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아트센터는 소극장 Space111에서 매년 특정 주제를 정해 국내외 연극을 소개하는 ‘두산인문극장’을 운영한다. 일본 연출가 다다 준노스케와 국내 연출가 성기웅이 공동 연출한 한·일 합작 ‘가모메’ 등을 제작해 국내 연극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재연/김희경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