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양갱(1945년), 맛동산(1975년), 홈런볼(1981년), 오예스(1984년)…. 해태제과식품이 양산한 ‘국민과자’ 목록이다. 이 회사는 지난 15년 동안 증권시장을 떠나 있었다. 2001년 모회사 부도로 상장폐지된 뒤 제과영업부문이 분리된 채 UBS컨소시엄으로, 다시 2005년 크라운제과로 인수됐기 때문이다.

그 회사가 다음달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지난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허니버터칩과 타코야끼볼 등 신제품을 품에 안고 ‘금의환향’한다. 전문가들은 해태제과식품이 기존 제품을 안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 출시한 신제품이 호응을 얻으면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투자 매력으로 꼽는다.
'허니버터칩' 들고 돌아온 해태제과, 신제품으로 투자자 입맛 되살린다
○허니버터칩 생산량 두 배로 확대

지난해 해태제과식품 매출은 79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68억원으로 전년보다 네 배로 급증했다. 든든한 주요 브랜드 매출에 신제품 매출이 얹어진 결과다. 해태제과식품의 주요 브랜드 9개(홈런볼 자유시간 고향만두 맛동산 부라보콘 오예스 에이스 누가바 연양갱)를 합친 매출은 지난 5년간 꾸준히 3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신제품 허니버터칩과 허니통통이 지난해 87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회사는 올해 매출 8621억원, 영업이익 531억원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출시하는 역량도 강점으로 꼽힌다. 해태제과식품은 일본 1위 스낵기업인 가루비, 일본 3위 종합식품기업 글리코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인기를 끈 허니버터칩, ‘제2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는 문어맛 스낵 타코야끼볼은 모두 가루비와의 합작법인인 해태가루비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올해 타코야끼볼은 초기 생산물량 60만개가 출시 2주 만에 모두 팔리기도 했다.

여기에 감자칩류를 생산하는 강원 문막공장 증설이 5월 마무리되면 허니버터칩 생산량을 현재보다 최대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신정훈 해태제과식품 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감자칩 시장에 단맛을 처음 소개한 허니버터칩처럼 앞으로도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기존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갉아먹지 않고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제품을 꾸준히 내놓겠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도 큰 관심

해태제과식품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2300~1만5100원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최대 439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가는 해태제과식품과 사업 연관성이 높은 롯데푸드 빙그레 농심 오리온 롯데제과 등 5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토대로 산정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해태제과식품의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고 차입금이 줄어들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투자할 만한 공모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공모를 통해 회사에 들어오는 돈은 최대 880억원이다. 공모금액은 오는 8~9월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갚는 데 모두 쓸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약 147억원인 이자비용을 30억원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해태제과식품은 지난 21~22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거쳤다. 상장주관사 관계자는 “수요예측에서 해외 투자자를 포함해 많은 기관투자가의 호응을 얻었다”며 “회사와 합의해 26일 공모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7일부터 이틀간은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전체 공모주식 583만여주 중 20%인 116만6000주를 일반투자자 몫으로 배정했다.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통해 청약할 수 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