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자동차 가상 조립기술 도입…문제점 미리 테스트해 비용 절감
삼성SDS, 서울 본사에 앉아서 VR로 해외 물류센터 관리 가능

○VR이 바꾸는 제조 공정
제조업체들은 기존의 제조 과정에 VR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거대한 장치나 부품을 쓰는 제조기업일수록 테스트 단계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한데 VR을 이용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10월 산업 4.0이라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상 조립 기술을 포함했다. 이 기술은 작업자가 부품을 손에 들고 조립하는 동작을 취하면 센서가 이를 인식해 화면에서 마치 실제로 조립하는 것과 같은 영상을 보여준다. 정교한 부품이나 고가 장비를 쓰지 않아도 미리 조립 과정의 문제점이 없는지 테스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포드, GM 같은 자동차 회사들도 개발 단계부터 VR을 활용하고 있다. 공장의 숙련 기술자들에게 가상의 조립 체험을 하게 한 뒤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라인을 배치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말 3D(입체)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데스크와 손잡고 디자인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디자인한 제품의 3차원 가상 이미지를 실물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 홀로렌즈(hololens)라는 헤드셋을 쓰면 입체 이미지를 볼 수 있다. 홀로렌즈는 눈앞에 보이는 실제 공간 위에 컴퓨터가 그려낸 홀로그램 영상을 덮어서 보여주는 기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들의 훈련을 가상으로 하는 ‘워킹 온 마르스(walking on mar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볼보(Volvo) 자동차와 홀로렌즈를 활용해 가상의 자동차 주행 체험을 제공하는 ‘스마트매장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VR을 전시판매장에 활용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2016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VR시뮬레이터 ‘프로젝트 쏘울’을 공개해 관람객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VR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차에 탄 것과 같은 생생한 느낌과 관련 주요 기술을 체험할 수 있게 했으며 앞으로 전시장 등에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VR로 산업 현장 원격 제어
삼성SDS는 지난달 31일 VR을 이용한 창고관리시스템을 선보였다. VR 기기만 있으면 서울 본사에 앉아서 아프리카, 유럽 등의 창고 내 물류 적치율, 물건 배열 상태, 재고 상황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삼성SDS는 물류솔루션 첼로(cello)에 VR을 접목해 말레이시아 물류센터에 세계 최초로 적용할 계획이다.
델도 기업용 VR 시장을 겨냥한 워크스테이션을 선보여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델은 VR 지원 기능을 탑재한 워크스테이션이 자동차, 과학기술,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령 석유, 가스 매장 유무를 탐사하는 천연자원 분야에도 VR을 적용할 수 있다. 천연자원 탐사 분야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땅 아래 지리 공간 정보를 알아야 한다. 땅 아래 지리 정보를 시각화해 이용자에게 VR로 제공할 수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