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한국핀테크협회장 내정자 "핀테크 성장 막는 규제 개선 적극 건의할 것"
“핀테크(금융+기술) 성장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 건의하겠습니다.”

오는 25일 출범하는 한국핀테크협회 초대 회장에 내정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34·사진)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핀테크가 한순간 열풍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 송금 앱(응용프로그램) ‘토스’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 기업이다.

한국핀테크협회는 △송금 및 지급결제 △자산관리 △빅데이터 △개인 간(P2P) 대출 △보안 등 크게 다섯 개 분야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등 100개 기업이 회원인 사단법인으로 25일 설립총회를 연다. 은행권에서는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이 참여했다. 우리은행 계열사인 시스템운영 기업 우리FIS도 회원이다.

이승건 한국핀테크협회장 내정자 "핀테크 성장 막는 규제 개선 적극 건의할 것"
금융 관련 정보기술(IT) 업체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한국사이버결제, 코나아이, 웹케시, KTB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자산관리 분야의 새로운 흐름인 로보어드바이저에 주력하는 옐로금융도 참여했다. 새로운 자금 조달 및 투자 수단으로 떠오른 P2P 대출 전문회사 8퍼센트와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도 협회 주요 멤버다.

이 대표는 핀테크협회를 통해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비바리퍼블리카도 규제 탓에 창업 초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핀테크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 방안을 금융당국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핀테크협회가 제반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을 경영하고 있는 이 대표가 협회장을 맡기로 한 것은 자신의 경험이 핀테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서울대 치의학과를 나온 그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창업에 도전, 2011년 IT 벤처 비바리퍼블리카를 설립했다. 몇 번의 도전 끝에 상대방 휴대폰 번호만 알면 돈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인 토스를 2014년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핀테크가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 창업투자회사의 투자를 받을 수 없는 금융업에 속해 있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첫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2월 출시한 토스는 1년여 만에 누적 다운로드 200만명, 송금액 3000억원을 돌파했다.

핀테크협회는 금융회사와의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유망한 핀테크 업체를 검증한 뒤 금융회사에 추천해 투자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금융회사도 수많은 신생 핀테크 기업 중 검증된 업체를 알고 싶어 한다”며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이 서로 윈·윈하는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핀테크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핀테크가 세계적으로 관심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핀테크 기업들이 협회를 통해 회사를 알리고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