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희망' 쭈타누깐 3연속 보기
리디아, 18번홀 버디 성공해 역전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최연소 챔프'
4일(한국시간) 이곳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총상금 250만달러) 결승전에서도 이 같은 말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괴물급 장타자’인 톰슨과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의 기세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수의 여왕은 키 165㎝의 ‘골프 천재’ 리디아 고(19·뉴질랜드)였다. 그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48.21야드. LPGA투어 120위에 불과하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평정심으로 18홀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강철 멘탈’이 거물 장타자들을 무력화시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스스로 무너진 ‘거물’ 장타자들
단독 선두로 최종일을 맞은 톰슨은 초반부터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티샷은 페어웨이를 벗어났고 1~2m짜리 버디 기회도 공이 홀컵 옆으로 흘러가 놓쳤다. 2위 쭈타누깐이 이 틈을 비집고 나섰다. 장타자 쭈타누깐은 2번 아이언과 3번 우드로만 티샷을 했다. 정확도와 장타를 동시에 잡겠다는 포석이었다. 그는 9번홀부터 12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문제는 멘탈이었다. 투어 우승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쭈타누깐은 경기 막바지에 급격히 흔들렸다. 16번홀과 17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스스로 침몰했다. 18번홀마저 보기를 기록한 그는 10언더파 4위로 경기를 끝냈고, 태국 골프팬이 염원하던 LPGA 첫 승도 함께 날아갔다. 톰슨도 샷을 바로잡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1오버파를 적어내 합계 9언더파 단독 5위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리디아 고, 최연소 메이저 2승 ‘위업’
마지막 18번홀(파5)에선 전인지(22·하이트진로), 찰리 헐(20·영국)과 달리 2온을 노리지 않았다. 대신 안전한 버디를 잡는 작전을 택했다. 세 번째 웨지샷이 홀컵 50㎝ 옆에 떨어졌다. 그러고는 쭈타누깐의 마지막 티샷을 기다렸다. 버디면 연장, 이글이면 승자가 바뀔 수 있었다. 하지만 티샷이 왼쪽 워터해저드에 빠졌고 재역전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챔피언 퍼트를 완성한 그는 캐디와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았다. 3언더파 69타. 최종합계 12언더파로 LPGA투어 최연소 메이저 2승 기록(18세11개월10일)을 세운 순간이었다. 이전 기록은 박세리의 20세9개월이었다.
허리 부상 후 한 달여 만에 투어에 복귀한 ‘슈퍼 루키’ 전인지도 이날 버디 3개를 추가했지만 16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우승 동력을 잃었다. 11언더파 공동 2위. 4타를 줄이며 분전한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박성현(23·넵스)과 공동 6위(8언더파)에 이름을 올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