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봇, 올 2.7% 수익 올려…쿼터백·써미트자문도 순항
최소가입액 30만~5000만원…올들어 자금 5배 이상 늘어
솔루션 개발사들도 속속 진출
김택진 엔씨대표가 투자한 디셈버앤 이달말 자금 받아
"수익성 검증돼야" 의견도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연산규칙)을 활용해 국내 주식·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파봇은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유치한 고객 계좌에서 평균 2.7%의 수익을 거뒀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가운데 수익률 1위다.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국내주식형펀드 821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0.77%)을 넘어섰다.
파봇은 6년간의 프로그램 개발 과정을 거친 뒤 지난해 9월11일부터 고객 자금을 받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프로그램을 고객 컴퓨터에 설치한 뒤 목표수익률(3~20%)만 입력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낸 비결은 로봇이 스스로 찾아낸 기업의 재무제표나 실적 지표로 구성한 포트폴리오에 있다. 이렇게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컴퓨터가 분석한 현 시장 상황과 데이터 오류를 점검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조정된다. 변인선 파봇 대표는 “주식매매 회전율(연간 보유한 주식을 사고파는 비율)은 연평균 700% 수준이지만 프로그램 오류 등으로 주식을 잘못 사고판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투자에 나선 써미트투자자문도 올 들어 1.6%(고객 계좌 평균)의 수익률을 올렸다. 쿼터백투자자문도 순항 중이다. 양신형 대표는 “해외 ETF 투자에서 환손실이 나면서 2% 중반대였던 수익률이 최근 1%대로 하락했다”며 “그러나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며 꾸준히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자금 150억원 육박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업체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디셈버앤컴퍼니는 이달 말부터 KDB대우증권을 통해 고객 자금을 받을 예정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투자하고 정인영 전 엔씨소프트 투자경영실장이 대표에 오르며 주목을 받은 회사다. ETF뿐 아니라 상장지수증권(ETN), 선물 매매기법까지 활용할 계획이다. 밸류시스템투자자문은 지난달 12일 고객 자금을 처음으로 받아 연 4.2%의 수익률을 냈다. 박상헌 밸류시스템투자자문 선임연구원은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주목받으면서 고객 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보어드바이저에 돈을 맡긴 고객 자금은 147억원 수준으로 올 들어 다섯 배 이상 늘어났다.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자산 관리 서비스의 문턱도 크게 낮아졌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최소 가입 금액은 30만~5000만원으로 투자자문사(보통 1억~3억원)를 밑돈다. 수수료도 대폭 낮췄다. 파봇과 쿼터백투자자문은 기본 수수료를 연 1%(주식 매매수수료 제외)만 받는다. 별도의 성과 보수는 받지 않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 안정성을 잘 살펴본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수현 NH투자증권 펀드담당 애널리스트는 “아직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큰 금액을 투자할 경우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