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문가' 보스트롬 교수의 경고
AI에 의존하면 차단도 쉽지 않아
인류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 가르쳐야


보스트롬 교수는 “AI는 주어진 목표를 극도의 효율성으로 달성하려는 기계”라며 “처음에 목표를 잘못 설정하면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 로봇에 ‘인간을 웃게 해라’는 목표를 설정해줬을 때 지금의 로봇은 재미있는 농담을 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할 뿐이다. 하지만 AI가 초지능적으로 발전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극을 사람 얼굴 근육에 갖다 대 끊임없이 웃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식이다.
보스트롬 교수는 “만약 AI가 사람 얼굴에 전극을 붙이려고 할 때 작동을 멈추게 하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AI를 통제하고 있다고 자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힘의 역학 관계도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침팬지는 성인 남성보다 두 배 이상 힘이 세지만 인간이 침팬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미래에 슈퍼인공지능이 존재한다면 인간의 운명은 아마도 슈퍼인공지능이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보스트롬 교수는 “우리가 일단 그 시스템(AI)에 의존해 살기 시작한다면 이를 차단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문제”라며 “우리에겐 인터넷을 완전히 꺼버리는 스위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슈퍼인공지능은 인류의 마지막 창조물이 될 것”이라며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으로 모든 기이한 발명품을 앞서 발명해버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트롬 교수는 AI 수준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다양한 언어를 번역한다거나 여러 종류의 게임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소개했다. AI가 인간처럼 배우고 행동하는 강력한 단계까지 와 있지는 않지만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AI가 인간 수준의 딥러닝(기계학습)을 할 가능성을 설문조사한 결과, 인간의 50% 정도에 도달할 수 있는 때가 2040~2050년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보스트롬 교수는 AI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인간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행동을 정교하게 정의해 기계에 가르치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에 목표를 설정해주기 전에 그 목표가 윤리 도덕 등 인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해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