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도우미' 인수금융, 연초부터 후끈…조단위 거래 줄이어…올해 사상 최대 '전(錢)의 전쟁' 예고
국내 인수합병(M&A) 인수금융 시장이 연초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조단위 ‘빅딜(대형 거래)’이 줄지어 진행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인수금융 시장은 11조원대에 달하면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홈플러스 매각 등 대형 기업 M&A가 늘어난 덕분이다. 연초 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 인수금융 규모는 작년 수준을 다시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월 인수금융 거래 급증

인수금융은 기업 간 M&A가 진행될 때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인수자에게 인수자금의 일정 부분을 대출해주는 것이다. M&A 초기 단계에 신규로 제공하는 대출은 물론이고 인수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금융시장이나 기업실적 변화 등을 반영해 금리를 재조정하는 ‘리파이낸싱(차환) 거래’도 인수금융에 포함된다.

'빅딜 도우미' 인수금융, 연초부터 후끈…조단위 거래 줄이어…올해 사상 최대 '전(錢)의 전쟁' 예고
올해 인수금융 시장의 첫 ‘포문’을 연 것은 ING생명 인수금융의 리파이낸싱이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12월 ING생명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하면서 KB국민은행 등으로부터 8000억원가량의 인수금융을 받아 매수대금으로 활용했다.

이번 리파이낸싱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기존보다 4000억원 증액한 1조2000억원을 조달했다. 대출금리도 선순위(상환 순위가 가장 빠른 대출) 기준으로 기존 6%대에서 4%대로 2%포인트 정도 낮췄다. KB국민은행과 하나금융투자 등이 이번 리파이낸싱에 참여했다.

지난달 중순 카카오가 아시아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SK플래닛이 보유한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76.4%)을 전격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인수금융 시장은 다시한번 달궈졌다. 카카오가 총 인수대금 중 일정 부분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다수의 은행과 증권사가 참여해 전례가 없을 정도의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고 전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9000억원의 인수금융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이번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금융 ‘쟁탈전’의 최종 승자가 됐다. 이들 증권사는 다른 금융회사도 일부 포함해 9000억원을 마련한 뒤 카카오에 대출해줄 계획이다.

이 외에도 지난달에는 8000억원에 달하는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금융 주관사 선정이 완료됐다. 두산공작기계 인수를 추진중인 PEF들도 약 85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준비중이다.

역대 최대치 경신할까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작년 1분기 인수금융은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을 인수하면서 조달한 2조원을 포함해 총 2조4000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는 지난 1월에만 4건의 인수금융(총 3조7500억원) 거래가 진행됐다. 올 1월 실적이 작년 1분기 전체보다 50% 이상 많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 전체 인수금융 규모도 작년을 능가할 공산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인수금융은 모두 30건, 총 11조5000억원에 달하면서 2014년보다 두 배 이상 커졌지만 올해는 한 단계 더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의 인수금융부서 관계자는 “올해는 코웨이, 금호타이어, KDB생명, ING생명 등 매각대금이 조원을 넘어서는 ‘M&A 대어’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며 “인수금융 금액은 물론이고 건수로도 올해는 역대 최대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수금융 대출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금융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다수의 증권사와 은행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선순위 금리는 연 3%대, 단기대출(브릿지론) 금리는 연 2%대까지 떨어진 게 단적인 예다.

한 증권사의 인수금융 관계자는 “많은 증권사는 조달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내려가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금융 거래에 참여하지 못할 정도였다”며 “지난해 평균 5~6%대를 유지했던 인수금융 대출금리는 올해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